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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강머리 Jun 14. 2022

병동 이야기

101병동-14

101 병동은 종양내과 병동으로 최소 2가지 이상의 질병을 가지고 있거나 한 가지라도 4기 이상의 중병환자들이 주를 이룬다.

입원 10일 차에 접어드는 복자 아줌마는 입원 전날까지도 콜라텍에서 스텝을 밟을 정도로 왕성한 댄스 실력을 보이며 할아버지들의 눈길을 끌어 오다가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 병원에 들어왔다

혈액암 말기에 연명치료 이야기까지 오가며 하루에도 몇 번씩 위기에 봉착해서 치료와 시술을 번갈아가고 있다

입원 3주에 접어드는 옥자 아줌마는 60 초반의 싱글이다. 걷는 게 엉거주춤하다 싶었는데 배꼽으로 탈장된 장을 부푼 배 위에 얹어두고 이틀에 한 번 투석과 매일 2리터의 복수를 빼며 지내고 있다

평생 공부가 취미라 늦은 나이에 일본 유학을 갔다가 하필 유학 간 지역이 히로시마로 원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급하게 공부를 마무리짓지 못하고 입국을 서둘렀다고 한다

그나마 유방암 4기에 전신 전이가 된 내가 그중에 가장 멀쩡해 보여 병실에서는 나이롱환자로 통칭된다.

 종일 커튼으로 가려놓고 지내는 아줌마는 50대 초반쯤으로 암이 전이돼 골절까지  상태로 지금은 재활과 방사선을 병행 중이며 조선족 간병사 이모와 매일같이 투닥거린다

 요주의 마지막 인물을 37세의 젊은 여자분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토피로 피부가 붉게 부풀어 올라와있으며 소아당뇨까지 앓고 있어 스테로이드와 인슐린 주사를 달고 산다

지금껏 아토피로 치료받고 지냈는데 우리 병원에 와서야 피부암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커튼 뒤로 날마다 곡소라가 끊이지 않게 울고 있고 모두들 이미 한 번씩 겪은 일이라 혀를 차며 마음 아파하고 있다

입원기간이 한 달을 넘어가면서 계절이 바뀌듯 마음도 뒤숭숭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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