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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강머리 Jul 17. 2022

우리들만의 리그

요양병원의 소소한 일상

요양병원 로비로 들어서자마자 코로나 검사를 했다

남편과 딸아이는 거기서 짐을 둔 채 멀뚱 거리고 섰다

“다 됐습니다”

“보호자분은 읽어보시고 싸인하시면 되고요,

환자분은 코로나 결과 나올 때까지 혼자서 겪리 합니다”

내게 배정된 방은 2층이다

병원 앞 주차장에서 잘 보이는 곳이라 창 너머로

남편과 딸아이가 짐 푸는 내 모습을 보고 있다

저녁 8시가 넘어서 입소라 결과도 늦게 이틀 뒤에나 나온다고 한다

흙침대에 누워 약하게 온도를 올리고 누웠다

금세 깊은 수렁에 잠이 빠지고

새벽에 두어 번 간호사가 혈압을 재고 간 것만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겪리 중이라 도시락으로 아침밥이 배달되어왔다

4인이 쓰는 방에 혼자서 있으니 그저 멀뚱멀뚱

휴대폰만 만지고 있다.


항암을 하고 이틀이 지나면서부터 후유증이 시작된다. 모든 음식의 맛이 쓰고 속이 메스꺼우면서 구토 증세가 나타난다. 아무것도 먹지못하고 링게액에만 며칠을 의지해야한다

그러는 중에 겪리가 끝났다면 305호로 방을 배정받았다. 그러던 중 기운도 없고 링거를 맞고 있는데 착오가 생겼다며 205호로 방을 다시 배정해주었다

짐은 간호사가 다 옮겨줄거라 해놓고서는……무슨

사람이 먹지도 못하고 힘도 없는데 케리어 손잡이에

머리를 쳐박고 주섬거리며 풀었던 짐을 다시 싸서 2층으로 내려왔다

4인실에 두 명이 사용하게 했고 내 침대는 창가옆에 있었다.

같은 방을 쓰게 된, 72세 고우신 할머니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다

아직 일주일은 지나야 후유증이 잠잠해지고 내 생활이 가능해지니 그때까지 버티고 참아야 한다

누가 대신 아파주는 것도 아니겠만 괜히 식구들이

떠오르며 서러운 눈물이 흐른다

뭐가 일마다 때마다 서러운 게 많은지…

간호사의 말투도 옮겨주기로 한 짐을 못 본 척할 때도 서러워진다

나의 암요양병원 생활은 이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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