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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과 자산투자 ① - 수요견인 인플레이션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은 원인과 나타날 조건

by 원스

최근 금융시장에서 핫한 이슈는 인플레이션입니다.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여 각국의 중앙은행과 정부가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했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입니다. 또한, 백신 효과로 경제가 정상화로 돌아선다면 이연 소비가 폭발해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40년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이번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냐라는 주장도 충분히 많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논의를 정리해볼까 합니다. 더불어, 제 의견도 곁들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모든 논의는 미국 경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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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 인플레이션 시대와 디스인플레이션 시대


1 인플레이션_시대.jpg 파란색 실선 : 미국 소비자 물가 지수 추이 / 빨간색 실선 :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추이


미국의 물가는 1950년대 이후로 '지속적'으로 상승했습니다(장기 국채 금리와 정(+)의 관계). 그리고 1980년대 초반에 절정을 달했습니다. 이 시기를 인플레이션 시대라고 합니다.


그 이후, 약 40년간 물가 상승률은 계속해서 둔화되었습니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거나 매우 안정된 현상을 디스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1980년대 이후에 디스인플레이션 시대로 접어들었을까요? 이를 알아보기 전에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2. 인플레이션 요인 3가지


경제학에서는 인플레이션 요인을 크게 3가지로 나눕니다.


첫째,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입니다. 실물경기 개선으로 총수요(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의 증가로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인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입니다. 상품과 서비스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증가하여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은 원자재 가격과 근로자의 임금 등의 상승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나타나게 됩니다.


위의 차트를 보시면, 1970년대 말에 소비자 물가 지수가 급격하게 상승한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 원유 가격이 급등했던 '제2차 석유파동' 사건이 터졌습니다.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인플레이션(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셋째, 기대인플레이션입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이란 경제주체들의 향후 물가상승률에 대한 '주관적인 전망'을 의미합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경제주체의 임금협상, 물건 가격 설정, 투자결정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는 경우 소비를 앞당겨 총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지금까지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았는지를 알아보고, 향후에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는지를 점검해 보겠습니다.


3.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은 원인


① GDP 갭이 마이너스


1980년대 후반이 미국이 세계 리더가 자청하면서 "워싱턴 컨센서스(=신자유주의)"를 발표하게 됩니다. 신자유주의의 핵심 내용은 글로벌 무역 자유화, 글로벌 밸류 체인 강화, 탈규제화입니다. 이는 모두 '비용 감소'라는 핵심 가치를 실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후, 비용 감소 기술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비효율적인 정부는 퇴장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업의 역량이 강조되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정책에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강조되었습니다. 기업의 효율적인 투자를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2 인플레이션_시대.png 미국 기준금리 추이

그리고 세계 경제는 실질 GDP가 잠재 GDP를 하회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GDP 갭은 실질 GDP에서 잠재 GDP를 빼면 산출할 수 있습니다. 잠재 GDP란 한 나라 경제가 노동과 자본 등의 생산요소를 완전히 활용하여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능력을 의미합니다.


GDP 갭 = 실질GDP - 잠재GDP


GDP 갭이 양(+)이면, 경제활동이 정상수준을 넘어서 과도한 수준으로 도달하게 됩니다. 따라서 경제에 초과수요가 발생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GDP 갭이 음(-)이면, 총수요가 총공급을 하회하면서 경제에 디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3 GDP갭.jpg 출처 : Economist

위의 지표를 보시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질 GDP가 잠재 GDP를 꾸준히 하회했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즉, 미국 경제는 오랫동안 잠재 GDP만큼 성장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는 경제에 총수요가 부족하고,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총수요 < 총공급).


② 통화승수의 하락


또 다른 원인은 통화승수가 계속해서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통화승수란 중앙은행이 처음 발행한 본원통화 한 단위가 이의 몇 배에 달하는 통화를 창출하였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실물경제에 돈이 도는 속도를 의미합니다.


많은 분들이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했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저명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인플레이션이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라고 말한바 있습니다. 즉, 돈이 풀린다면 인플레이션이 반드시 발생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프리드먼의 주장과 달리, 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을까요? 많은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핵심적인 요인은 글로벌 경제가 통화정책에 너무 의존했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인 저금리 정책은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유동성 함정이란 기준금리가 제로에 가까워질수록 경제주체의 화폐보유 성향이 무한대로 상승할 수 있다는 경제학자 케인즈의 이론입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저금리 기조에서 소비나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막대한 자금이 현금의 형태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한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풀린 자금은 실물 경제가 아닌 자산시장을 중심으로 흐르게 되었습니다. 양적완화 정책이란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의 장기국채를 매입하여 금융기관에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입니다.


결국, 통화정책에 의존했기 때문에 실물경제에 돈이 돌지 않은 현상이 발생했고, 이는 통화승수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통화승수.jpg 출처 : 국회 예산정책처


위의 자료를 보시면, 미국의 통화승수는 2006년 기준 약 8.4배입니다. 2020년은 약 3.5배입니다. 즉, 연방준비제도(미국 중앙은행, 이하 '연준')가 2020년에 화폐 발행을 통해 2006년과 똑같은 경제 효과를 보기 위해선 약 2.5배 만큼 돈을 더 풀어야 합니다.


2020년 3월~5월에 연준이 양적완화로 푼 돈은 약 3조 달러입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간 진행한 1, 2, 3차 양적완화 규모와 맞먹습니다. 연준이 이렇게 짧은 기간 안에 돈을 푼 이유는 화폐승수가 그만큼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저금리 정책, 양적완화 정책)으로 통화승수를 올리기 쉽지 않다는 것은 지난 40년간 증명되었습니다(디스인플레이션 시대). 따라서, 재정정책으로 실물경제에 직접 돈을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GDP 갭을 (+)로 전환하고, 화폐승수를 높일 수 있을까요?


4.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의 조건


① 항상소득가설 - 가계의 '영구적인' 소득이 증가해야 한다


항상소득가설이란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고안한 소비 이론입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정기적이고 확실한 소득의 증가가 유의미한 가계의 소비 증가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되었을 때 미국 정부는 PPP(Paycheck Protection Program)와 실업 수당으로 가계의 소득을 보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소득 보전 정책이었습니다. 여전히 불확실성을 느낀 미국 가계는 저축을 크게 늘렸습니다(미국 가계 저축률이 최대 34%까지 증가).


4 미국_가계_저축률.jpg 미국 가계저축률 추이


8월부터 재정정책이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가계의 소득 보전이 되지 않았고, 이때부터 저축률이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가계의 저축률은 약 13%로 여전히 높은 상태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 백신 효과로 경제가 정상화되면 저축률이 급감하고 소비가 드라마틱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소득가설에 의하면 이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소득이 보전된다고 해도, 여전히 불확실성을 느낀 가계들이 소비를 크게 늘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의입니다. 인플레이션이란,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 현상을 의미합니다. 만약, 이연 소비가 크게 증가한다고 해도 이는 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것일뿐, 인플레이션으로 발전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결국, 수요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위해선 경제정책의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나야 할 것입니다. 즉, 가계의 '항상 소득'을 늘릴 수 있는 재정정책이 필요합니다.


가령, 1930년대 이후의 '케인즈 경제정책 시대'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특히, 1950년대의 미국은 '풍요한 사회(Affluent Society)'로 지칭되었습니다. 재정정책을 통한 강력한 소득분배 정책으로 빈부격차가 완화되었고, 임금이 꾸준히 인상되면서 '중산 계급의 사회'를 이룩하였습니다.


만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경제정책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완전고용을 보장하는 'MMT(Modern Monetary Theory, 현대화폐이론)' 정책이나 '기본소득제' 정책 등의 도입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말씀 드린 정책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슈만 던지도록 하고, 추후에 자세한 내용을 포스팅하겠습니다.


상대소득가설 - 한 번 증가한 소비는 쉽게 감소하지 않는다


상대소득가설이란 듀벤베리가 고안한 소비 이론입니다. 핵심 내용은 '소비의 비가역성'입니다. 쉽게 말해, 한 번 증가한 소비는 감소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개인의 소비 기준은 가장 소득이 높았던 적을 기준으로 설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계의 소비는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기존의 소비 패턴을 쉽게 바꾸지 않은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이를 소비의 톱니효과라고 합니다.


가령,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미국의 투자와 수출 등은 크게 위축되었지만, 소비는 상대적으로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민간의 항상소득이 늘어나면, 소비의 기준이 높아집니다. 경기가 변해도 높은 수준의 소비를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총수요가 유지되며 물가 상승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1950~1980년대에 미국 가계의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항상소득이 늘어났고, 높은 소비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따라서 총수요 증가에 의한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③ 부의 재분배


결국, 수요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위해선 경제정책의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나야 할 것입니다. 특히, 저소득층의 '항상 소득'을 늘려줄 수 있는 재정정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여기서 한계소비성향(소득이 1단위 증가할 때 소비가 증가하는 양)이라는 개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한계소비성향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소득층이 돈이 아무리 많아도 하루에 소비하는 양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저소득층은 소득의 대부분을 소비할 수 있습니다(저소득층은 소득이 작기 때문에 소득에서 소비의 비중이 높습니다).


미국의 소득격차 문제는 지난 1980년대 이후 지속해서 악화되어 왔습니다. 이는 미국 가계의 총소득에서 중산층의 소득 비중이 점점 하락해 왔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 경제 전체의 한계소비성향을 하락시키는 기제로 작동했습니다.

상쉬_1_부_점유율.jpg 미국 상위 1% 부 점유율 (출처 : World Inequality Database)
하위_50_소득_점유율.jpg 미국 하위 50% 부 점유율 (출처 : World Inequality Database)

바이든 정부는 '중산층 재건'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핵심 공약은 저소득층 및 중산층의 소득 보전과 고소득층 증세입니다. 즉,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 및 중산층으로 부를 재분배하는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정책으로 항상소득 증가를 경험한 미국의 중산층이 소비를 늘린다면,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비용인상 인플레이션''기대인플레이션'에 관련된 내용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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