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실질금리, 경상수지, 유로
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물론, 환율은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경제지표로 알려져 있습니다.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네가지 요인은 ① 펀더멘털(성장), ② 실질금리, ③ 경상수지, ④ 유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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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비교함으로써, 향후의 흐름을 읽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코로나19 위기 전에 왜 고질적인 강달러가 반복되었는지 당시의 경제 상황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6년 11월 8일에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미국은 전세계에서 독보적인 성장을 이룩하게 됩니다. 미국의 독보적인 성장은 다음과 같은 요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첫째, 법인세 인하(재정적자 증가)
둘째, 기업과 가계의 부채 증가로 인한 성장
셋째, '셰일 혁명'으로 인한 미국 경상수지 회복
넷째, 무역전쟁
이는 ‘현재’의 미국 성장을 위해 ‘다른 측면’의 성장을 빼앗아 오는 정책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법인세 인하 -> 재정적자 증가는 미래 세대의 부를 현재로 가져옴
둘째, 기업과 가계의 부채 증가 -> 미래 소득을 현재로 가져옴
셋째, 미국 세일 기업들의 에너지 점유율 확대 -> 다른 산유국들의 부를 미국으로 가져옴
넷째, 무역전쟁 -> 수출 신흥국의 부를 미국으로 가져옴
이로 인해, 미국을 제외하고 다른 국가들의 성장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즉, 다른 나라들의 성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미국의 성장이 독보적이었기 때문에 고질적인 달러 강세가 지속되었습니다.
달러 강세는 신흥국의 달러 표시 부채 부담 증가, 유가 하락, 미국의 수입물가 하락(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2019년에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결국, 파월 연준의장은 미국 경제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신흥국발 '역풍(concurrent)'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연준은 '보험적 금리인하'를 시행하게 되었습니다(이 사례에서 미국 경제는 세계 경제에 상당히 민감해 졌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미국의 화폐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달러 약세가 나타나야 합니다. 그러나 이때에도 달러는 강세를 보였습니다. 왜 강세를 보였을까요?
미국이 금리 인하를 하면서 미국 경제가 오히려 더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때에도 미국은 독보적인 성장을 하게 되었고, 결국 달러 강세는 지속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금리 인하를 시행해도 국가의 성장이 좋다면 자국의 화폐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2020년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달러가 왜 약세를 보였을까요? 주요한 원인은 연준과 미국 정부가 엄청난 유동성을 풀었기 때문일 것입니다(금리 인하).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의 성장이 코로나19 위기로 크게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달러 강세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바이든 정부의 출범과 '블루웨이브'의 실현으로 미국의 재정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미국의 성장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OECD 등 국제기관은 미국의 성장률을 기존보다 2배 이상 높게 책정했습니다. 3월 FOMC에서 연준은 올해 미국 성장률을 4.2%에서 6.5%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고 해도(실질금리는 요인 2에서 다룰 것입니다) 미국의 성장이 다른 국가들(특히 유로존)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에 최근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 물가를 고려한(돈의 실질가치 변동을 고려한) 금리를 의미합니다. 실질금리는 국채 명목금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차감하면 구할 수 있습니다.
실질금리 = 국채 명목금리 - 기대인플레이션율(BEI)
기대인플레이션이란, 경제주체들의 향후 물가상승률에 대한 '주관적인 전망'을 의미합니다. 금융시장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일반적으로 BEI(Breakeven Inflation Rate) 지수를 통해 측정합니다.
현재 대규모 재정정책으로 인한 미국의 강한 성장과 인플레이션 기대로 BEI(5년, 10년)지수는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실질금리 하락 요인).
그럼에도 미국 실질금리는 상승하고 있습니다. 왜 상승할까요? 바로 미국 국채 금리가 BEI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위의 실질금리 산식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실제로,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020년 8월에 저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현재 약 1.73%에 도달했습니다. 미국 실질금리도 저점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질금리는 화폐의 실질가치를 의미합니다. 즉, 실질금리의 상승은 화폐가치의 상승과 연결됩니다. 따라서, 현재의 달러 강세는 미국의 실질금리가 상승했기 떄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달러 약세의 요인이 됩니다. 경상수지는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지만, 비중이 가장 큰 상품수지(상품의 수출과 수입)를 중심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여기서 하나의 산식을 기억하시면 경상수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실 수 있습니다. 경제학에서 지출측면의 GDP를 다음과 같이 산출합니다.
Y(GDP) = C(소비) + I(투자) + G(정부지출) + NX(순수출, 경상수지)
이 식을 경상수지(순수출) 식으로 변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NX(경상수지) = Y(GDP) - C(소비) - I(투자) - G(정부지출)
위의 식을 보시면 경상수지 적자 요인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소비(C)가 증가하면 미국의 수입 증가로 이어지게 됩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수출을 통해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습니다. 이는 달러가 흔해지는 것을 의미하며, 달러 약세의 원인이 됩니다(미국 경상수지 적자 -> 달러 약세).
더불어, 정부지출(G)의 확대는 경상수지 적자를 초래하게 되고, 이는 달러 약세의 원인이 됩니다.
현재 미국은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진행되어 경제가 빠르게 정상화되고, ‘보복소비(C)’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는 달러 약세의 요인이 됩니다.
또한, 바이든 정부는 1.9조달러 부양책에 이어 4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집행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미국정부의 재정적자(G)를 유발하고 달러 약세의 요인이 됩니다.
그러나 미국이 경상수지 악화를 더이상 두고보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2000년 초반에 대규모 쌍둥이 적자를 경험한 이후,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오바마 정부 때부터 '셰일 혁명', 리쇼어링(기업이 해외로 진출했다가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 정책, 국방 예산 축소를 통한 정부지출 감소를 통해 구조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더불어, 바이든 정부는 인프라 투자의 상당 부분을 증세(법인세 인상 및 고소득층 세금 인상 등)로 메꾸겠다고 언급한바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오바마 정부때부터 진행되어 온 미국의 경제정책 기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 증세를 통해 재정적자의 악화를 완화한다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이는 강달러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달러인덱스란 세계 주요 6개국의 통화가치(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네, 스위스 프랑)에 비해 달러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 중 유로는 달러인덱스에서 약 57%의 가중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로 강세는 달러인덱스의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유로의 강세는 2020년 5월에 '유럽회복기금(EU Recovery Fund)'이 논의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7월에 유럽회복기금이 합의되면서 유럽의 재정통합에 대한 기대가 커졌습니다(유럽회복기금은 7500억유로 규모로 편성되었고, 2021년~2027년까지 집행될 예정입니다).
몇몇 전문가들은 유로존의 이번 합의를 역사적인 '재정통합'의 첫걸음이라며, ‘헤밀턴 모멘트’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헤밀턴 모멘트란?
알렉산더 헤밀턴은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입니다. 그는 미국 독립전쟁 이후, 각 주의 부채를 연방 부채로 통합하는데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이로써 미국은 강력한 연방국가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미국과 유로존의 큰 차이를 만들어냈습니다. 미국은 헤밀턴 모멘트로 재정정책을 통합할 수 있었지만, 유로존은 회원국의 이해관계 불일치로 재정정책을 통합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합의만으로 유럽이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유로존은 많은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향후 진일보된 재정통합을 달성하는데 있어 상당한 잡음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습니다.
이는 블루웨이브를 실현한 미국에 비해 재정정책의 추진력을 떨어뜨리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만약 유럽의 성장이 지지부진하다면 유로 약세와 달러인덱스의 상승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규모 재정정책으로 인한 미국의 강한 성장 기대는 유럽의 성장 기대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유럽 몇몇 나라들의 백신 보급 차질로 유럽의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현재 유로 약세와 달러인덱스의 반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의 백신 접종률이 정상화되고, 유럽회복기금이 본격적으로 집행된다면 유럽의 성장 기대가 높아지게 되면서 달러인덱스의 상승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환율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궁무진합니다. 위에서 다양한 요인을 말씀드렸지만, 이 요인들을 안다고 해서 환율을 쉽게 예측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이밖에 다른 요인들도 많습니다). 환율은 매우 난해하며, 어느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의 펀더멘털(성장), 금리, 경제정책 양상을 봤을 때 당분간 달러 강세의 압력이 크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심화와 연준의 마이너스 실질금리 정책이 지속된다면, 가파른 달러 강세가 나타나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 유럽의 백신 접종이 정상화되고, 성장이 어느정도 나와준다면 달러(인덱스) 강세의 압력이 어느정도 완화될 수 있습니다(유럽은 백신 접종에 차질을 빚고 있지만 경제지표는 나쁘지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2020년 3월 코로나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금융시장에 큰 변동성이 나타났을 때, 최후의 안전 보루라고 간주되었던 미국 장기국채 마저 흔들리는 모습(미국 장기국채 금리 급등)을 보였습니다. 이때, 유일하게 상승했던 자산은 달러였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일정 비중의 달러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위기 국면에서 가장 빛나는 자산은 달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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