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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하이 김대표 Sep 04. 2020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아연 소년들]을 읽었습니다

김대표의 독서 일기

아연 소년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문학동네, 벨라루스, 2020년 5월 12일 ~ 5월 16일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대한민국. 하지만 분단이라는 단어가 주는 위압감만큼 실제적 삶에서 전쟁과 관련된 단어가 주는 압박감은 적다.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마다 외국의 친구들이 걱정하지만 실제 삶은 외국보다 더 편안하고 안전하다는 한 외국 국적 방송인의 말이 어떻게 보면 적확한 표현일 정도이다. 우리의 삶은 거의 종전과 다름없다. 다만 두 국가로 나눠져 있을 뿐.


  그렇다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전쟁이 사실상 끝났으니 앞으로의 세계사에선 전쟁이라는 단어가 사라졌을까? 단언컨대 아니다. 역사를 보면 강대국이 질서를 지키겠다는 이유로, 자신들이 신봉하는 가치가 우월하다고 판단하고 그 가치를 전파하겠다는 일념으로 전쟁을 일으킨 경우가 왕왕 있다. 미국의 베트남전쟁이 그랬고,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그랬으며, 미국의 IS와의 전쟁이 그랬다. 강대국이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대리전 성격으로 세계 곳곳에선(주로 중동에 몰려있지만) 현재도 전쟁이 진행 중이고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특히 국지전이 아니라 전면전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우선 나는 예비군이 끝났기 때문에 민방위 신분이라 전쟁터에 직접 나갈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장담할 순 없다. 군인의 수가 모자라 직접 전투에 참여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생존 가능성은 더더욱 떨어진다. 텍스트화된 ‘전쟁’, ‘전투’, ‘죽음’, ‘부상’ 등의 단어는 큰 임팩트를 주진 못하지만 활자가 활어처럼 펄떡이는 현실이 벌어진다면 그 단어들이 주는 고통은 바야흐로 엄청날 것이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벨라루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바로 그 고통에 집중했다.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텍스트화시키되 지면에서 살아 숨쉬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노고를 인정받아 2015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중 대표 작품이 바로 ‘아연 소년들’


  제목부터 눈길이 갔다. 왜 아연일까? 아연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두 개. ‘아연실색하다’할 때의 아연, 그리고 금속물질 중 하나로 칼칼나마알아철니에서 여섯 번째를 담당하고 있는 아연. 궁금증에 책장을 바로 넘겼고, 정답은 충격과 함께 나타났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전쟁에서 전사한 소련의 군인들은 대부분 차디찬 아연관에 실려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결국 이 책은 작게 보면 소련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에서, 크게 보면 세상의 모든 전쟁에서 가족이든 본인이든, 목숨이든 신체이든 정신이든 상실의 고통을 느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목소리 소설 기법이라는 작품 스타일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혼자서 창작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실제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리고 이를 교묘하게 편집해서 실제와 같은 감동 혹은 충격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담은 영화 ‘택시운전사’나 6.10 민주항쟁을 이야기하는 영화 ‘1987’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수많은 현실 속 인물들이 함께 작품을 만들어간다고 해서 그는 자신의 기법을 ‘소설 코러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연 소년들’에는 이 ‘소설 코러스’를 활용하기 위해 수 십 명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모든 사람들은 ‘뭔가’를 상실했다. 전쟁에서 가까스로 살아 돌아왔지만 신체의 일부를 상실한 군인, 신체도 다친 곳 없이 돌아왔지만 정신의 어딘가에 공백을 갖게 된 민간인 복무자, 사랑하는 아들의 상실을 아연관이 대체하는 걸 보면서 오열하는 부모 등 등장하는 모든 실제 목소리는 상실을 경험했다. 하지만 그 상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과는 근원적으로 다른, 극복할 수 없는 상실이다.


  이 작품이 뛰어난 건 개인의 상실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점점 그 초점의 범위를 확대해서 소련이 일으킨 이 전쟁의 참혹함과 비이성적인 측면을 밝히고, 나아가 세상의 모든 정치적 논리의 전쟁을 비판한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정권의 감시를 받는다. 이 작품이 쓰여진 시기가 1989년이니 소련은 거의 해체 직전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던 벨라루스에서 발을 붙이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1994년 이후 벨라루스에서는 더 이상 그의 작품이 출간되지 않았고, 정부의 입김과 회유에 못이긴 사람들의 변심은 ‘아연 소년들’을 재판으로 이끌어갔다. 그리고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2011년까지 벨라루스 땅을 밟지 못했다. 다행히 전 세계 문학계의 관심과 전쟁과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옹호 덕분에 ‘아연 소년들’과 그는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았고(명예훼손으로 인해 배상을 해줘야 하는 건이 몇 건 있긴 했다), 노벨 문학상이라는 위대한 상까지 수상할 수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역사상 전쟁이 끊이지 않았을 정도로 엄청난 화약고였던 한반도는 강대국 간의 팽팽한 정세 때문에 70년 가까이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살고 있다. 앞으로도 이 평화가 계속 이뤄지길 바라며, 무기상들이 싫어할 소리이긴 하지만 세상의 모든 전쟁이 종식되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불필요한 상실은 발생하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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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남하이 엔터테인먼트 대표 김원식  

             

훈남하이 엔터테인먼트는 공연기획, 매니지먼트, 에이전시, 콘텐츠 제작을 주 사업영역으로 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입니다. 지자체 축제 및 공연 사업, 콘서트 개최, 장애인식개선공연 등 다양한 공연사업을 하고, 싱크로니시티, 루네 등 소속 뮤지션을 양성하고 있으며,  풍부한 인맥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회사, 회사와 회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2013년부터 팟캐스트를, 2014년부터 유튜브를 시작해서 현재 팟캐스트 및 유튜브 콘텐츠 제작과 자문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식개선에 관심이 많아서 교육청 등과 연계해서 학교에 장애인식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사단법인 장애인식개선협회 설립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훈남하이 TV에서는 김대표의 일상이라는 콘셉트로 다양한 주제의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고, 팟캐스트 채널 겜메이트에서는 2년 넘게 게임과 관련된 내용으로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전직 아나운서로 다양한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하며 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행사진행, MC, 방송진행, 강연 모두 재미있게 그리고 잘 하고 있습니다.    

            

책 속 다양한 세상을 좋아하여 책읽기에 푹 빠져있으며, 글쓰기를 좋아하여 책쓰기를 꿈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인생은 되는대로'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으며, 그 좌우명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어려운 사업의 길에 뛰어들어 좌충우돌 부딪히며 열심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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