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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하이 김대표 Apr 09. 2020

나이 듦에 대하여

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2월 10일 월요일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다보니 가끔 유튜브 제작에 대한 문의가 들어온다. 대부분 학교 선후배들인데, 이번엔 경로가 특이하다. 바로 어머니. 어머니는 열정적인 학습자이시다. 구나 동에서 진행하는 각종 문화사업에 참여하셔서 듣고 싶어 하시는 강좌에 자주 참여하신다. 코로나19로 강좌가 멈추기 전까지는 수영, 컴퓨터, 요가 등을 배우고 계셨는데, 컴퓨터에서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싶어 하시는 한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나에게 연결해주고 싶다고 말씀을 하셨다. 큰 부담이 아니라 어머니께 오케이를 보냈고, 오늘 그 분을 처음 만났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 정도 보이는 C선생님은 박사과정까지 마치시고 책도 출판한 적이 있는 분이셨다. 주 전공은 운동과 건강. 책은 성인병 관련 책이고, 한국의 한 스포츠 협회 이사까지 지내셨다고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운동과 건강 상식을 유튜브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주고 싶어 하셨다. 잘못된 상식들이 많다고 분개하시면서 말이다. 뭐 어떤 상식이 맞는 건지 나야 모르지만 C선생님의 열정이 대단해서 도와드리고 싶었다.


  두 시간 여를 C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에게 어울리는 채널도 예시로 보여드리면서 컨설팅을 해드렸다. 그리고 유튜브의 본질에 대해서도 말씀드렸다. 내가 생각하는 본질은 별 거 없다. 하지만 그 별 거 없는 게 참 지키기 어렵다. 하나는 꾸준함. 하나는 정직함. 정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꾸준하게 풀어내는 게 유튜브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C선생님이 꾸준히 잘 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정직하게는 하실 거 같아서 조언해드린 입장에서 마음이 놓였다.


  얼마 전 SNS에서 글을 하나 봤다. 분홍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자신을 보고 한 할아버지는 “머리색 저 꼬락서니 좀 봐. 부모가 애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라고 했고, 한 할아버지는 “아직 겨울인데 머리에 벌써 봄이 왔나 봐요”라고 했다고 한다. 같은 상황을 두고 이렇게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한 할아버지는 꼰대가 되었고, 한 할아버지는 점잖고 멋있게 늙어갔다. 누구나 후자가 되어야지 생각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런데 C선생님은 후자였다. 시종일관 나에게 존댓말을 쓰시며 정중하게 나를 대하셨고, 또 내가 말할 때마다 경청하셨다. 초면이라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분명 멋있는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듦에 갖춰야 하는 자세로 경청과 열정을 꼽고 싶다. 아직 그 과정에 있지만 분명 경청을 하고 열정을 갖고 있으면 멋있게 나이 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C선생님은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내 말을 경청하셨고, 열정적으로 유튜브에 접근하셨다.


  2시간여의 대화가 끝나고 기분이 좋아진 나는 C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영상 하나 만들어서 보여주세요.” 일 하나 하나가 바빠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지만 그래도 C선생님은 도와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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