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2월 25일 화요일
외부일정 끝나고 밤늦게 집에 들어가는 길. 전화가 왔다. Y였다. 내 글을 정독하신 분들은 알겠지만 Y는 우리 회사 직원이자 친구이다. 목소리가 가라앉아있다.
회사 이슈를 가볍게 이야기하다가 Y가 던진 말이 하루 종일 머리를 맴돈다. “내가 회사에 도움이 안 되는 거 같아.” 매일 그에게 실망을 하고, 화를 냈던 나. 그런 나에게 비친 그의 모습에 이런 말을 하는 그의 모습은 없었다. 그래서 적잖이 놀랐다.
‘내가 널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넌 일을 잘 하는데 난 왜 이럴까?’, ‘일이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그렇지가 않아’와 같은 그가 던진 말들은 알알이 내 마음 곳곳에 박혔다. 친구가, 직원이 이런 생각을 가질 동안 난 뭐했을까? 돌아보면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그의 행동을 비정상이라고 규정했다. 그 모습에 Y는 얼마나 상처를 입었을까?
요새 부쩍 기운이 없고 말이 줄어든 Y의 모습이 이해가 갔다. 그리고 문득 두려움이 커졌다. 그 두려움은 이기적일수도 있지만 순간 두려웠다. Y 하나만으로도 이런데 다른 직원들이 더 많아지면 이 걸 어떻게 견디지 라는 생각. 이래서 회사에는 HR부서가 있고, 직원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시간이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됐다.
알겠다는 말을 뺀 나머지 말을 전하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다. 이 글을 빌어서 Y에게 못 다한 말을 전하고 싶다.
Y야. 괜찮다. 다 괜찮다. 회사는 잔인한 동물이지만 내가 그 동물에 잡아먹히지 않게 손 내밀 거다. 일이라는 게 늘 재밌을 수는 없고, 일에 재미를 주는 건 돈 뿐이라는 말이 있으니 열심히 돈을 벌자. 순간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를 할 순 있지만 결국 우상향으로 올라가고 주식처럼 너의 행위는 대개 회사에 도움이 되었다. 그러니 좌절하지 마라. 충분히 잘 따라오고 있다. Y야. 괜찮다. 다 괜찮다.
학부 시절 경영학과 수업을 하나 들은 적이 있다. 조직행동론. 직원들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공부를 좀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