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식구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2월 12일 수요일

by 훈남하이 김대표

소속 뮤지션 루네의 생일이 며칠 전이었다(정확히는 2월 2일이다). 루네 생일을 핑계로 오랜만에 소속사 식구들이 회식을 했다. 규모도 크지 않은 회사거니와 대표인 내가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우리의 회식은 일 년에 한 번 꽃피는 계절처럼 적었고 그만큼 소중하다. 대개 구성원의 생일이나 회사 콘서트가 끝났을 때 정도가 회식의 다이다. 그리고 그 회식도 대부분 점심에 많이 한다. 어쨌든 루네와는 정말 오랜만의 식사이다.


신도림 한 쇼핑몰의 샤브샤브집. 오늘의 멤버는 나, Y, A, 그리고 루네. 정말 조촐한 자리이다. 루네 생일 선물로 주려고 산 러쉬 세트를 주고 지그시 루네를 바라봤다. 뭔가 안쓰러운 마음이 가득하다. 얼마 전 신곡 ‘눈꽃’을 발매했는데 눈이 오지 않아서(이건 자기 위로), 그리고 코로나19가 창궐해서(이건 실질적인 이유) 행사가 전무하다. 지난해에는 얼추 계산했을 때 그래도 오십 건 가까운 행사는 했던 거 같은데 올해는 12분의 1이 지났는데 건수가 0이다. 물론 1,2월이 비수기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닌데, 올해는 참 유별나게 세상이 아프다.


나를 바라보는 식구들이 이제 여럿이다. Y, A, 수미(소속 뮤지션인 싱크로니시티 보컬), 루네. 나와 인연이 오래된 사람부터 이제 막 관계라는 신생아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사이까지 모두 나를 보고 우리 회사와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나에게 징징거릴 수 있지만 난 이들에게 징징거릴 수 없다. 대표니까.


Y를 빼고 모두 생계를 위해 별도의 활동을 하고 있다. 자신의 음악에만 전념해도 모자란데 세상이 아직 허락하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들은 다른 사람의 음악에 더 전념할 때가 있다. 레슨을 하고, 연주를 해주고, 코러스를 해주고. 언제나 내 꿈은 이들이 자신의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잠깐. 누군가 꿈은 막연하지 않게 현실적으로 꾸라 했다. 좋다. 내년 루네 생일에는 사무실 앞 샤브샤브집이 아니라 호텔 뷔페에서 좋은 선물 주며 식사하는 걸 꿈꿔야겠다. 아. 더 디테일하게? 좋다. 내년 루네 생일에는 신라호텔 파크뷰에서 명품 지갑 하나 선물로 주며 식사할 수 있게 ‘여어얼심히’ 회사를 키워야겠다(이 정도면 꽤 디테일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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