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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하이 김대표 Apr 13. 2020

회사 식구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2월 12일 수요일

  소속 뮤지션 루네의 생일이 며칠 전이었다(정확히는 2월 2일이다). 루네 생일을 핑계로 오랜만에 소속사 식구들이 회식을 했다. 규모도 크지 않은 회사거니와 대표인 내가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우리의 회식은 일 년에 한 번 꽃피는 계절처럼 적었고 그만큼 소중하다. 대개 구성원의 생일이나 회사 콘서트가 끝났을 때 정도가 회식의 다이다. 그리고 그 회식도 대부분 점심에 많이 한다. 어쨌든 루네와는 정말 오랜만의 식사이다.   


  신도림 한 쇼핑몰의 샤브샤브집. 오늘의 멤버는 나, Y, A, 그리고 루네. 정말 조촐한 자리이다. 루네 생일 선물로 주려고 산 러쉬 세트를 주고 지그시 루네를 바라봤다. 뭔가 안쓰러운 마음이 가득하다. 얼마 전 신곡 ‘눈꽃’을 발매했는데 눈이 오지 않아서(이건 자기 위로), 그리고 코로나19가 창궐해서(이건 실질적인 이유) 행사가 전무하다. 지난해에는 얼추 계산했을 때 그래도 오십 건 가까운 행사는 했던 거 같은데 올해는 12분의 1이 지났는데 건수가 0이다. 물론 1,2월이 비수기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닌데, 올해는 참 유별나게 세상이 아프다.


  나를 바라보는 식구들이 이제 여럿이다. Y, A, 수미(소속 뮤지션인 싱크로니시티 보컬), 루네. 나와 인연이 오래된 사람부터 이제 막 관계라는 신생아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사이까지 모두 나를 보고 우리 회사와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나에게 징징거릴 수 있지만 난 이들에게 징징거릴 수 없다. 대표니까.


  Y를 빼고 모두 생계를 위해 별도의 활동을 하고 있다. 자신의 음악에만 전념해도 모자란데 세상이 아직 허락하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들은 다른 사람의 음악에 더 전념할 때가 있다. 레슨을 하고, 연주를 해주고, 코러스를 해주고. 언제나 내 꿈은 이들이 자신의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잠깐. 누군가 꿈은 막연하지 않게 현실적으로 꾸라 했다. 좋다. 내년 루네 생일에는 사무실 앞 샤브샤브집이 아니라 호텔 뷔페에서 좋은 선물 주며 식사하는 걸 꿈꿔야겠다. 아. 더 디테일하게? 좋다. 내년 루네 생일에는 신라호텔 파크뷰에서 명품 지갑 하나 선물로 주며 식사할 수 있게 ‘여어얼심히’ 회사를 키워야겠다(이 정도면 꽤 디테일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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