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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하이 김대표 Apr 16. 2020

힘들 때 난 이러면 버틸 수 있습니다

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2월 13일 목요일

  카페에 갔습니다. 혼자. 이제는 팔다리 같은 노트북도 두고 왔습니다. 손에는 책 한 권 그리고 펜이 꽂혀있는 노트 한 권만 들려있을 뿐입니다.


  낯익은 동네, 조용한 카페에 들어서 커피를 주문합니다. 그리고 구석으로 가 앉습니다. 책장을 펴고 책 속에 풍덩 몸을 던집니다. 행간을 어푸어푸하며 수영하다가 잠시 밖으로 나와 노트 위에서 몸을 말립니다.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뜨거운 노트에다가 펜을 놀립니다. 회사 일을 끄적이기도 하고, 아무 의미 없는 낙서를 무엇보다 신중히 쓰기도 합니다.


  잔 속 커피가 점점 줄어 바닥이 보일 때쯤 시계를 보면 시간이 훌쩍 가 있습니다. 어떨 때는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기도 하고, 어떨 때는 노트에 정체모를 글씨와 확고한 글씨가 겨루기를 하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컵을 들어 마지막 커피의 잔당을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전 카페에 들어가기 전 힘들었지만 카페에서 몇 시간을 보낸 뒤 밖으로 나왔을 땐 꽤 괜찮아졌습니다.


  사실 회사를 운영하다보니 고민이 점점 커져서 어느 순간 허물 수 없는 커다란 성벽을 만들었어요. 그 고민의 성벽을 허물지 못해 택한 방법이 바로 성벽을 타며 그 고민을 즐기거나 오히려 망각하기였어요. 고민을 즐길 때는 열심히 노트에 뭔가를 끄적였고, 고민을 망각할 때는 열심히 책장을 넘기며 책 속에 빠져들었어요. 다소 모순적인 이 행동의 조합이 오히려 허물어지지 않는 성벽의 존재에도 내가 스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게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힘들 때 무엇을 하시나요? 전 혼자 카페에 갑니다. 좋아하는 책 한 권 들고, 뭔가 끄적일 수 있는 노트 하나 들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주문하고 그 카페에 몸을 맡기면 희한하게 힘듦이 조금은 사라집니다. 여러분의 힘듦 해소법도 궁금합니다. 제가 조금 모방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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