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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하이 김대표 Apr 19. 2020

코로나19로 대출받았어요

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이야기 - 2월 14일 금요일

  사업을 하다 보면 초기에 내 돈만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 돈으로 시작을 하더라도 비교적 초기 어디쯤에서는 다른 사람의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이 투자이든 대출이든 말이다. 훈남하이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해줄 회사는 시기도 시기이거니와 지금까지의 퍼포먼스를 봤을 땐 내가 봐도 아직은 찾기 어려울 거 같은데, 회사는 현재 돈이 필요하다. 이럴 때 내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바로 대출. 대출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라고 하는데 이번엔 타이밍이 맞았다. 규모가 크든 작든 상관없이 코로나19로 전국 모든 기업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요즘 공연기획업은 여행, 항공 등과 함께 대표 직접피해업종으로 지정이 되었고, 우리 회사의 주업종은 바로 공연기획업이다. 좋아해야 하는 건지.


  담담하게 쓰고 있지만 사실 정말 힘들다. 코로나19로 인해 회사의 1월 매출은 20만원이 채 안 된다. 이것도 음원수익이 다이다. 우리 회사의 주특기인 공연기획으로 번 돈은 제로라는 뜻. 비수기이긴 하지만 너무 심하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이다. 지난 해 기틀을 잘 다져놓은 장애인식개선사업이 올스톱하게 생겼다. 관계를 잘 다져놓은 지자체들도 행사 자체에 대한 가능성을 유보하고 있다. 싱크로니시티와 루네도 개점휴업이다. 하지만 회사도 생물이라 다달이 고정비용이 나간다. 월급, 임대료 등의 압박이 점점 내 목을 조르는 느낌이다.


  신용보증재단에 방문했다. 알고 간 건 아니지만 우리 회사가 코로나19 직접피해업종이라 코로나19관련 특별긴급대출이 가능하다는 소식. 살다 살다 전염병 덕을 볼 줄은 꿈에 몰랐다. 자금이 당장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인공호흡기 이상의 힘이 되어줄 자금 대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렇게 회사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


  누군가는 그럴지도 모른다. 대출이니까 어쨌든 갚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맞다. 갚아야 하는 돈. 하지만 그 무게감을 이겨낼 만큼 회사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2017년에 처음 사업자를 낸 이후 돌아본 훈남하이 엔터테인먼트는 분명 커지고 있다. 그 속도도 커진 규모만큼이나 가속이 붙어 빨라지고 있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더,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신용보증재단을 나와 Y와 함께 서브웨이에 들렸다. 샌드위치를 먹으며 Y가 말했다. “기분이 좋아야 하는 거냐 아니면 버거워 해야 하는 거냐? 모르겠다.” 뭐 있어. 좋으면 좋은대로, 버거우면 버거운대로지. 그래도 오늘 만큼은 일단 버틸 수 있는 동력을 얻음에 기뻐하자고 했다.


  갚아야 하는 돈이 많다. 진부하지만 지금보다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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