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3일
어릴 적 나는 화가 나면 어쩔 줄 몰랐다. 어떨 때는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하고, 어떨 때는 분한 마음이 말을 앞서 어버버하기도 하고. 내 안의 화를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성인이 된 나는 화를 잘 내지 않는다. 하지만 내 마음이 언짢으면 나는 그걸 표현한다. 화를 내지 않고 내가 어떤 기분인지 왜 그러한지 설명을 하면 대부분 해결이 되지만, 이 과정이 꽤나 에너지 소모적이다.
제한된 나의 하루 에너지를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하려면 이렇게 새어 나가는 에너지를 줄이고 비축해야 할텐데. 하여 생각한 것이 나의 hot button 알아보기. 내가 언제 언짢음과 불편함을 느끼는지 그 패턴을 알고 자동 운전 모드를 켜고 싶다. 매번 그 불편함을 내 안에서 processing 하는 대신, 몇 가지 반응 메뉴얼을 사용하면 어떻까. 약간의 신경 끄기의 기술과 have courage and be kind의 마음가짐을 잘 섞어서.
지난 1주일 간 언짢았던 상황 복기하기
1. 인천에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오는 비행길. KLM 야간 비행.
독서 중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승무원 호출을 눌렀지만 아무도 안오고 호출 버튼이 자동으로 꺼짐이 두 세번 반복. 승무원 쉬는데 방해 말라는 건지, 단순 기계 고장인지 궁금함과 동시에 언짢아지기 시작.
My reaction: 갤리 쪽에 승무원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뒤 직접 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싶다 했다. 호출 버튼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Result: 승무원의 매우 친절한 yes. 디카페인 커피와 레귤러 커피 중 어떤 것이 더 좋은 맛을 내는지, 드립과 믹스 커피의 차이에 대해 짧은 수다를 나눈 후, 그가 커피를 내려 예쁜 델프트 도자기 컵에 담아 자리로 가져다 주었다. 커피 맛도 굳.
Learning: Cut to the point. Focus on the core. Don't speculate.
2. 삼성동 coex에서 택시 잡기 실패. 고온다습한 야외에서 한참 걷다가 땀이 흐르는 순간 짜증 대 폭발.
My reaction: 아 짜증나! 방금 샤워했는데! 라고 외침 (몇 시간 후 비행기에 끈끈한 몸으로 탈 생각을 하니 끔찍) 그리고 혼자 분에 못이겨 쿵쾅쿵쾅 걷다가 버스 탑승. 버스 에어컨 덕에 다시 말짱해짐.
Result: 함께 걷던 반려인을 매우 긴장하고 불편하게 함. 미안함.
Learning: 일단 내가 신체 촉각에 예민하다는 걸 인지할 필요가 있고. (땀 한줄기가 흐르는 걸 느낀 순간 자제력 상실) 그게 나에게 위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는 걸 빨리 재인지시킬 필요. 땀이 뭐라고. (흥분 방지)
내 상태를 말로 표현하고 싶다면 분출이 아니라 설명을 하거나 도움을 요청해볼 수 있었을까. 짜증 섞지 않고 말할 자신은 여전히 없는데... 좀더 고민해봐야 할 케이스.
1주일 간 두 건이면 나쁘지 않은 듯! 집에 온 후 혼자 방콕하며 휴식 중인 덕분이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 좀더 케이스를 쌓아 패턴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보다 촉각(특히 축축함)에 예민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작은 소득이고, 그것으로 인한 언짢음을 한 카테고리에 넣을 수 있어서 약간 개운하다. 100가지의 문제가 1가지로 함축되어진 기분이랄까.
- 비오는 날 대중 교통 안타기 (이후 대중교통 안타기로 발전): 다른 사람의 축축한 우산이 내 맨살에 닿는 것 싫음
- 택시나 비행기 탈 때 반드시 긴 옷 입기: 내 맨살에 좌석 seat 닿는 느낌 싫어함. 특히 끈적한 느낌 싫음
- 길에 물 웅덩이 싫음. 특히 샌들 신은 맨발에 그 물이 닿으면 너무 싫음. 아이들에게도 항상 "물 밟지마!"
- 땀 흘리는 것은 오직 목욕 중일 때만 okay. 땀 나는 야회 활동 싫어함
- 등등
다들 이러나, 나만 이러나 문득 궁금. 가족들이 돌아오면 한번 물어봐야겠다.
Hot button 알아가기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