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엄마의 아기 삼남매

by 어거스트

아침에 양치를 하다가 푸훗 웃음이 터졌다. 가끔 그렇게 양치멍을 때리다 아이들 생각이 나면 웃게 된다. 우리 어머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 배에서 나와도 아롱이 다롱이.


나는 세 아이의 엄마다. 첫 아기인 아들들이 쌍둥이로 나와주셨고 (매우 감사할 일) 곧이어 막내딸이 태어나서 나는 20대가 지나기 전에 세 아기의 엄마가 되었다.

그 꼬물이들이 어느새 마구 자라나서 이제 성년이 다 되었는데 (쌍둥이 18살, 딸램 16살), 나는 얘네들이 지금도 참 신기하고 애틋하고 고맙고 암튼 그렇다. 애들 생각을 하면 마음이 좀 말랑말랑해진다고나 할까.


아침에 웃게 된 이유. 우리 애들은 정말 제각각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달라.


첫째는 항상 좀 미스터리하다. 일단 집에 있는 지 없는지 잘 알 수 없고 (궁금할 때는 앞 마당에 첫째의 자전거가 있나 없나 내다보고 어림짐작), 어쩐지 학교에 있을 법할 시간에 집에 있고, 집에 있을 줄 알았는데 어디에도 없는 식이다. 평일에 애가 집에 있으면 몸이 아픈 건지, 그냥 수업이 없는 건지, 아니면 땡떙이인지 본인이 말해주기 전까지는 알 길이 없다.


둘째는 매사에 계획적이다. 공부도 운동도, 그리고 대학 입시준비도 본인이 알아서 조사하고 부딛혀보고 그런다. 토요일 아침이면 조용히 혼자 조정 (rowing) 연습을 하러 암스테르담에 가 있고, 평일에 수업이 비는 시간에는 학교 미술실에 붙어서 입시용 포트폴리오 작업을 한다 (고 미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매일 저녁 내 방으로 올라와 그날 작업한 내용과 새로 떠오른 아이디어를 알려준다. 이 녀석은 자기 관리에도 철저해서 잘 아프지도 않는다. (땡큐베리감사)


마지막 셋째인데, 아침에 나를 피식거리게 만든 장본인인다. 아침부터 WhatsApp이 시끄러워서 읽어보니 내용인 즉슨, 1. 본인이 어제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조퇴를 했음. 엄마가 회의 중인 듯 하여 학교에서 아빠랑 연결함. 2. 오늘 오후 3시에 주치의와 진료 예약을 했음. 3. 이로 인해 오늘도 조퇴하고 병원에 가야하니 학교에 미리 email 을 보내야 함. 해당 이메일 draft를 작성해서 엄마 회사 메일로 보내놓았으니, 엄마는 send 버튼만 누르시오.

이렇게 알아서 다 해놓고 내가 학교에 메일 보내는 걸 까먹을까봐 아침에 reminder 를 보낸거다.


세 녀석들이 각각 자기 개성대로 자라나는게 기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일하는 엄마를 견뎌내느라 아이들이 DIY (DO IT YOURSELF) 스타일로 너무 빨리 웃자란건 아닌지 마음이 시리기도 하다. 이렇게 시크하고 (첫째) 씩씩하고 (둘째), 웃기게 (셋째) 자라나기까지 아이들이 한번쯤은, 아니 훨씬 많이, 엄마의 부재를 겪어냈겠지. 그 순간들이 큰 상처가 아니었기만 간절히 바랄뿐이다.


p.s. 웃으면서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혼자서 눈물 콧물 난리도 아님 (비행기 안인데 불이 다 꺼져 있어서 다행!). 몇 시간 전에 봤지만 또 보고 싶은 내새끼들.. 사랑해.


p.s. 2. 정말 신기한 거 하나. 애들을 볼 때 종종 다 큰 지금 모습과 어릴 때 모습이 오버랩되어서 보이는데 그럴 땐 애들이 막 오만백배 더 이쁘다. 이거 저만 그런 거 아니죠?







사진: 애들한테 혼날까봐 정면이 나오지 않으면서 세명이 다 모여있는 사진을 겨우 찾았는데... 예전엔 가족사진 다 이렇게 조명 빵빵 터뜨리고 찍었나요? 좀 부끄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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