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와서 마지막 글을 올린 시점을 보니 한 달 반도 더 되었다.
그동안 글을 하나도 쓰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사실 마지막 글은 브런치에 올린 이틀 후에 내가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내려버렸다. 그마저도 한 달 전의 일이다.
글 쓰기가 중단되었던 데에는 외부적인 이유와 내부적인, 그러니까 내 마음에 원인이 있었다.
외부적인 이유라 봐야 직장인들의 뻔한 변명인 '매우 바쁨'이다. 약 6개월 전 새로운 업무를 맡고 나서 출장이 부쩍 많아졌다. 10월과 11월은 절반 이상을 지구 반대편 출장지에서 보냈고, 돌아오고 나서도 많은 일들을 처리하느라 시간을 쪼개 쓰기 바빴다. 하지만 이전에도 나는 풀타임 직장인이었고 녹록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꼬박꼬박 글을 올리곤 했으니, 사실 바빴다는 사정은 반 정도는 핑계다.
좀 더 솔직한 이유를 들자면, 내 글이 부끄러워졌다.
글을 매주 올리던 시기에는 내가 내 글과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한 주가 지나서 그전 주의 글을 보더라도 글을 쓰던 당시의 기분과 생각이 생생히 올라왔다. 나는 글을 읽고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순수한 독자의 입장에서 내 글을 읽어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얼마간 폭풍같이 바쁜 시기를 보내고 나서 다시 내 예전 글들을 읽었더니 낯이 뜨거워졌다. 조금이나마 독자의 입장에 가까운 정신으로 본 글들은 낯설고 어색했다. 생각이 얄팍하고 젠체하는 게 느껴졌다. 개인적인 감정은 과장되어 있었다. 비문이 넘쳐났다. 도대체 나란 사람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 부끄러움이 너무 커서 내 마지막 글은 조용히 작가의 서랍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한 동안 다시 브런치에 들어올 용기를 내지 못했다. 내가 구독한 작가 분들의 글 알림이 울려도 열어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고 지금 이렇게 돌아왔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거나 한 건 아니다. 브런치라는 공간이 그리웠고, 주말 아침이면 침대에 느긋이 기대앉아서 글을 쓰던 일상으로 돌아오고 싶어졌다.
나중에 또다시 부끄러워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용기를 내어볼 수 밖에.
(글과 사진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사진은 슬로베니아의 숙소에서 바라본 창 밖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