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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May 08. 2016

제주 여행

우리가족 첫 여행

아이랑 아내와 제주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수요일에 출발해 오늘 돌아왔다. 항공권과 숙박만 잡고 떠난 여행이었다. 제주에서 어디를 갈 지 정하지 않았고, 그날 기분과 위치에 따라 갈 곳을 갔다. 에코랜드를 가볼까 나섰다가 산굼부리가 보이길래 그냥 거길 가거나, 산방식당을 가던중에도 예약이 꽉찼다길래 기다리지 않고 가까운 음식점에 들어가는 식이었다. 그래도 될만큼 제주도를 여러번 왔고, 그렇게 하고 싶을 만큼 '계획'에서 놓여나고 싶었다. 


여행내내 아이 기분이 좋았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잤다. 덕분에 나도 편안했다. 아이가 징징대면 여행이고 뭐고 없었을텐데 말이다. 벌써 십여년 전이다. 아부지 칠순을 기념해 제주도 가족여행 왔을때 조카들이 여행내내 울어대는 바람에 분위기 산통났던 일이 자꾸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졸립고 덥고 배고파서 울었던 모양이다. 어른 스케줄에 맞춰서 패키지 여행을 하다보니 아이들이 보채는 건 당연했던 건데. 그것도 모르고 애 운다고 눈치줬던 게 미안하네. 여행내내 깔깔거리며 다닌 시원이 덕분에 기분 좋은 추억만 쌓았다. 하긴, 엄마아빠 둘이서 애 하나 보는데 그정도 못 맞춰줄까싶긴 하지만. 


첫날 비행기를 놓쳐서 식겁했다. 아침에 늑장부리며 늦게 집을 나선데다 공항리무진을 탔는데 맙소사! 내부순환로가 꽉 막혔다. 나는 4호선타고 서울역가서 공항철도 환승해서 가자고 했고 아내는 집앞 홀리데이인성북에서 공항버스를 타자고 했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둘이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지하철역까지 캐리어끌고 아이도 어르고 달래가며 데려가기 힘들것 같아 공항버스 타자는데 합의해서 탄 버스였는데... 결국 최악수를 둔 셈이다. 


망연자실해 공항 대합실에 앉아 있었다. 아내와 나 사이에 전운이 감돌았다. 결사항전의 기세로 한판 할 분위기였다. 일단 명분을 쌓아야했기에 항공사 앱을 깔고 비행기표를 알아봤다. 역시 없었다. 오늘, 내일, 모레 모두 마감이었다. 이런 젠장.. 비행기표 뿐만 아니라 숙박 예약해놓은 것도 취소해야만 했다. 수수로 10%씩만 계산해도 얼마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걸리기만 해봐라.. 조폭이라도 떼려 눕힐 기세로 열이 차 올랐다. 그러다 아무생각없이 진에어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떠억 하니 좌석이 8개가 나온게 아닌가. 그것도 1시 30분 비행기로! 얼릉 아내에게 휴대폰을 토스했고, 아내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일사천리 돌아오는 표까지 예약을 했다. 휴... 공항에서 따로 집으로 돌아올 뻔하다가 급반색하며 아이 안고 손잡으며 아점먹으로 출발.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렌트카 받고 카시트도 수령해서 설치했다. 곧장 숙소로 갔다. 가는데만 한 시간이 걸려 도착해보니 5시가 넘었다. 짐풀고 가볍게 사진찍으며 마당에서 놀다가 저녁먹으로. 제주산 흑돼지전문점으로 갔다. 예약 없이 갔는데 가게가 텅비어 있어서 맛이 별로인가 싶었는데, 주인아저씨가 고기를 내오면서 요 며칠 계속 결항되는 바람에 예약 취소한 손님이 많아서 그냥 왔는데도 먹을 수 있는거라며 매일 돼지 3마리를 잡는데 두 마리는 예약손님이 먹고 한 마리는 현장 손님이 먹는다고 가게 자랑을 늘어놨다. 얘기하는 폼이 믿을만 했고, 고기도 그만큼 맛이 좋았다. 덕분에 배부르게 먹고 다시 숙소로. 아이도 잘 먹어서 더욱 만족했다. 


(이렇게 쓰다가는 밤 새워도 다 못쓰겠다. 여튼 제주 여행 재밌게 잘 다녀왔다. 요즘 글쓰기 연습중이어서 뭐가 되었건 일단 길게 쓴다. 글쓰기 근력이 바닥났기에 어쩔 수 없다. 어휘 문장 전개 모두 연습부족.)


아, 이쯤에서 글쓰기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조만간 책 한 권 낼 거다. 일단 인테리어 책이다. 아파트, 한의원, 북라운지, 목욕탕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테리어의 모든 것'이라는 주제로 책을 낼 생각이다. 진짜로 다 다루는 건 아니고, 인테리어 착수 기본 개념과 주의사항을 실용적으로 정리한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은 5월 중에 낸다. 


다음 책은 정예씨와 함께 낼 예정이다. 이건 여름에 작업해서 하반기 출간예정이다. 정식 단행본이다. '집'에 대한 담론을 기반으로 젊은건축가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을 생각이다. 인터뷰와 좌담을 섞어서 다채롭게 구성하고 독서문턱을 낮춘 책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리고 칼럼을 부지런히 써야겠다. 현직 기자(논설위원)의 칼럼쓰기 수업을 듣고 있는데 열심히 해서 기회를 잡고 싶다. 올해 여기까지만 해도 대성공이다. 


책 두 권과 칼럼쓰기' 이게 올해 내 글쓰기 목표다. 그렇다면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다독과 다작이다. 일단 많이 읽으면서 많이 써야 한다. 그 방법 밖에는 없다. 글을 잘 쓰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써야 한다. 


제주 여행기도 좀더 잘 쓰고 싶은데 잘 안된다. 어떻게 갈피를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단상을 쓰고 싶은데 글 전개하는 감을 완전히 잃어버렸나보다. 여튼 부지런히 읽고 써서 꼭 칼럼니스트로 데뷔하고 하련다. 절박하게 쓴다. 필사적으로 쓴다. 매일 쓰고, 또 매일 쓴다. 짧게라도 생각을 담는 글을 쓴다. 그래야 칼럼을 쓸 수 있다. 이렇게 내 스스로 다짐해본다. 


제주 여행기로 시작했다가 글쓰기 다짐으로 마치는 글이 되어버렸다. '글쓰기'는 내가 활동하는 모든 영역에 걸쳐있다. 건축이든 인테리어든, 전시든 일상생활이든. 내가 보고 들으며 경험한 모든 사실과 생각이 글을 통과해 나간다. 그럼으로 여행기에서 글쓰기로 이어지는 흐름은 자연스럽다. 아, 책 좀 읽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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