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동물원에 가기>
"(이런 희미한, 그럼에도) 치명적인 떨림을 포착하는 데 모든 관심을 쏟는 책을 읽다 보면, 그 책을 내려놓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작가가 우리와 함께 있다면 반응을 보였을 만한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우리의 정신은 새로 조율된 레이더처럼 의식을 떠다니는 대상들을 포착한다. 마치 조용한 방에 라디오를 가져다놓는 것과 같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정적은 어떤 특정 주파수에서만 존재했던 것일 뿐, 그동안 우크라이나 방송국에서 쏜 음파나 소형 콜택시 회사가 야간에 주절거리는 소리가 줄곧 방을 채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제 우리는 전에는 지나쳤던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하늘의 음영에, 한 사람의 얼굴의 변화무쌍함에, 친구의 위선에, 이전에는 우리가 슬픔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상황으로부터 밀려오는 축축하게 가라앉는 슬픔에." 알랭 드 보통 <동물원에 가기> 중 '글쓰기(와 송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