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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Sep 15. 2017

건축으로 놀다

<건축은 놀이다> 해외답사를 떠나다! 

음... 솔직히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 처음 한 달은 정신없이 어떻게든 해나가야 한다는 결기로 버텼다. 기획을 했고 운영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어찌 되었든 해야 하니까. 건축으로 재밌게 놀아보자고 만든 모임이긴 하지만 재미보다는 의무감이 컸었다. 나도 내가 무엇을 하는지 의구심이 모임마다 고개를 들 던 때였다. 건축으로 논다는 말이 휘황한 발언처럼 귀와 입에 맴돌았다. 


어쩌면 마음 한켠에서는 절박함도 가득 채워져있었던 듯 하다. 영업의 방편으로 이 모임을 구상했던 것도 있던지라, 모임을 잘 만들어나가는 것이 곧 내 밥줄을 튼튼하게 하는 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렇든 저렇든 모임은 쉬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렇게 한 번씩 모임을 해나가다보니 어느 때부터인지 마음의 짐도 조금은 가벼워지고, 나도 언뜻언뜻 즐기고 있었다. 


가보고 싶었지만 딱히 계기가 없어서 못가봤던 곳을 답사가기도 하고, 전시회며 영화제며 혼자서는 못했을 건축-문화 생활도 즐겼다. 그렇게 1년을 꼬박 모임을 했다. 25번 모임 중에 절반 이상이 답사였고 그 중에는 1박2일 답사가 네번이나 있었다. 그리고 이달 말에는 1년 모임완주를 기념하면서 해외답사를 떠난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찾아서. 

나오시마섬 - 데시마 섬 - 오사카 - 교토로 이어지는 코스다. 


나오시마 섬에서 '지추미술관', 데시마 섬에서는 SANAA의 '데시마미술관'을, 아와지섬에서는 '물의 사원', 오사카에서는 '빛의 교회'와 '효고현립치카쓰아스카박물관'을 답사간다. 교토는 쉬어가는 일정이어서 금각사만 가기로. 


내가 가장 기대하는 곳은 '효고현립치카쓰아스카박물관'이다. 박물관 지붕을 앞 호수가 기슭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계단으로 처리한 형태가 매우매우 인상적이다. 안도의 생각과 도전의식이 강한 빛을 발하는 건물이다. 이렇게 큰 건물의 지붕을 계단으로 처리하다니. 단순히 아이디어가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시공까지 이어졌다는 게 더욱 놀랍다. 난 이 건물만 봐도 이번 답사 대만족 할 것 같다. 


다음으로 꼭 보고 싶은 건물은 안도 작품이 아니다. 안도가 90년대 건축가라면, 이들은 세대가 다른(것 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한 팀을 이루고 있는, 2000년대 이후를 대표하는 일본건축가 팀 SANAA의 작품이다. 나오시마섬 옆 데시마섬에 있는 데시마미술관이다. 물 방울이 공간과 건축으로 형상화 된 듯 유려하면서도 구조적 긴장감이 극단을 향하는 건물이다. 나풀거리는 천 조각이 막 바닥에 닿을 때처럼 가운데가 유려한 곡선을 이루며 부풀어 올라있는 데 그 중앙부가 동그랗게 구멍이 뚤려있다. 그 공간에 꼭 가보고 싶다. 


답사 코스와 시간, 경비를 대부분 계획 해두었다. 그래도 여러사람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답사이고,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기에 무슨일이 어떻게 벌어질 지 알 수 없다. 대응을 잘 할 수 있을지도. 그래서 걱정이 살짝 되긴 하지만, 함께 가는 사람들의 팀웍이 너무 좋아 큰 문제는 없을거라 예상한다. 


일부러 패키지 여행을 가려고 했던 것도 아닌데 본의 아니게 8명이서 함께 답사를 떠나게 되었다. 모두 건축에 관심이 많고, 일년동안 같이 건축놀이 모임을 하면서 건축의 본질적 의미와 기능, 형식에 대해 조금은 학습이 되어 있는 분들이다. 알면 보인다고 했던가. 이번 답사를 통해 건축 보는 눈이 한결 더 높아질 듯 하다. 매우매우 기대가 되는 답사다. 


* 건축은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다. 건축은 자연의 흐름에 따라 다른 느낌을 자아내기도 한다. 따라서 같은 건물도 어떤 계절에 갔는지, 어느 시간대에 갔는지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건축답사는 마치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것처럼 같은 곳을 여러번 가도 질리지 않는다. 갈 때마다 느낌이 다르니까. 이번 답사는 첫 해외답사이기도 하고, 앞으로 이어질 많은 답사의 첫 사례가 될 듯 하다. 좋은 느낌과 기운을 얻고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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