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에 앉아 가을비에 비친 가로등을 바라볼 때,
지구 건너편 사막에 덩그러니 낙타가 바람과 몸을 섞곤 했다.
공원에서 꽃잎을 주섬주섬 줍고, 또 다시 눅눅해진 꽃다발을 바람에 말리는 사람이 있었다.
젖었다 말렸다를 몇번이나 반복하고 되새겨야 더욱 짙어질 수 있을까 물었다.
빗물에 온탕 젖어, 추간판이 녹고 물이 그 사이를 채울 때야 비로소,
바람의 출처를 궁금해하는 일이 구름에서 바닥까지의 낙차를 견뎌내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정원에 꽃들이 모두 꺾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