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구조에 갇혀서, 무념도 무상 그리고 무주 또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폐허에서 창조(Creatio ex nihilo)라는 것이 가능한가. 새롭게 태어남(anagennao), 즉 무로 돌아가지 아니고서야 가능하지 않다. Structure, syntax가 원죄(peccatum originale)의 기표라는 점을, 언어 예술인 문학 조차 사특한 마음이 없는[思無邪], 즉 언어가 무화되는 지점에서 시작한다는 점. 이 사실들이 적확하게 명각되는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절망과 무력감이 압도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알아차림과 흘려 보냄 외에 없었다.
이 말들 또한 입체를 평면화시키고,산 몸을 박제하기 때문에, 쓰고 난 뒤에는 이 모든 느낌이 사라질 것임을 안다. 지평이 달라지면, 시점이 달라진다. 그리고 사로 다른 지평 간에 시선의 교환양상 또한 변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