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moi)는 상상의 산물로, 생성하고 변화하는 실제에도 불구하고, 긴밀하게 구성된다. 자아는 실제와는 별개라는 점에서, 주체를 억압하고, 상징계적 질서 안에서 “죄”라는 기표가 생성된다. 동시에, 자아와 주체는 상호 얽힘(entangled)의 보로메오 매듭의 관계를 맺는다. 죄인이라는 기표는, 자아의 필연적 산물이고, 억압된 주체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그렇다면, 주체의 해방을 위해 자아를 억압하고, 부정하는 것이 맞을까. 아쉽게도, 보로매오의 매듭은, 무엇하나가 빠지면, 와해되는 위상을 갖는다. 폐제되고 외삽된 것으로서의, 자아와 주체의 변증법이 곧 실존인 것이다.
인간론은, 라깡의 언어를 빌리면, 상상의 자아와, 기표로서의 죄인이 서로다른 두 극점을 가질 때, 마지막 삼원항인 주체가 존재하게 된다. 죄인이면서 동시에 의인이라는 변증법이, 그이고 그 이항대립의 종합으로서 제3항의 지양점이 나타나는 지평에 선 담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