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몸의 리듬
컴퓨터가 대부분의 글쓰기를 대신할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문장들은 문법적으로도, 수사적으로도 깔끔하고 개연성 있다. 그러나 그 순간, 사람들은 ‘글을 짜는’ 감각을 잃게 될지 모른다.
기술은 언제나 사람의 손에서 시작한 일을 점차 멀리 보냈다. 실을 잣던 손, 진흙을 만지던 손, 가죽을 엮던 손. 이제 문장을 짜는 손도 그 손에 포함된다. 문장을 짜고 글을 짓는 일은 결국 생각을 엮는 기술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실을 뽑아 올리고, 그 실은 말이 되고, 말은 문장이 된다. 이렇게 엮인 문장은 생각의 그물이 된다. 어떤 말은 자연스레 풀리고, 어떤 말은 고리처럼 얽힌다. 헝클어진 문장은 마음속 매듭을 드러낸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알아간다. 하지만, 기술은 늘 낡은 기술을 밀어낸 적이 있었다. 대장간이 사라졌고, 방앗간이 사라졌으며, 손물레도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는 여전히 공예의 영역에 속할 것이다. 문장을 짜는 손은 천을 짜는 손과 닮았다. 실밥을 고르고, 올이 틀어지지 않게 조심하고, 서두르지 않는다. 그 손끝에는 힘이 아니라 감각이 있다. 글쓰기는 생각을 길어 올리는 일이자, 그것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손의 작업이다. 실을 고르고, 굵기를 조절하고, 촉감을 살피며 손끝으로 엮어가는 일이다.
생각을 짜는 그물은 몸을 통해 완성된다. 글쓰기는 머리로 하는 일이지만, 결국 몸으로 하는 일이다. 글은 살아 있는 손끝에서 태어난다. 생각이 손끝까지 내려오지 않으면 문장은 멈춘다. 어깨로, 손목으로, 시선과 호흡으로 하는 일이다. 긴장을 풀고 집중을 세우며, 고르게 숨 쉬고 단어를 고른다. 그것은 글이라는 무늬를 짜는 육체의 움직임이다. 글쓰기에서 손끝과 생각은 춤추듯 맞물린다. 몸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마치 무용수가 동작을 이어가듯, 리듬을 찾는 과정과도 같다.
생각은 처음엔 엉성하고 가늘다. 그것을 고르고, 뽑고, 맞물려 짜는 일은 무용수가 동선을 반복하며 완성해 가는 과정처럼 느리지만, 결국 하나의 리듬을 만든다. 그래서 글쓰기는 손이 필요한 일이다. 마음의 손, 사고의 손이다.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의 문장은 다르다. 진짜 문장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손끝에서 배워야 한다. 손놀림이 다르고, 문장의 근육이 다르다. 훈련된 호흡과 리듬이 그 안에 담겨 있다. 글쓰기는 손이 먼저 기억하고, 몸이 먼저 알아야 하는 몸의 기예다. 손끝에서 배운다. 문장을 다듬는 감각은 어깨로, 등으로, 눈으로 기억된다. 읽고, 느끼고, 다듬고, 쌓아야 비로소 나오는 몸의 무늬다. 마치 악기를 연주하듯, 코레오그래퍼가 몸의 움직임을 감지하듯, 문장을 다루는 몸이 있다. 글을 짜는 일은 마치 안무가가 동작을 이어가며 리듬을 찾는 과정처럼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것은 느리고, 때로 실패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실패 안에 사람의 흔적이 있다. 시적 허용이 아니라, 이제는 사람의 목소리가 내는 허용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글쓰기는 더 이상 손으로 짜는 일이 아닌 ‘맡기는 일’이 될 것이다. 빠르고 매끈한 글은 세상을 두 갈래로 나눈다. 글을 여전히 짜는 이와 더 이상 짜지 않는 이. 그 사이에는 아무도 없다. 잘 짜는 이와 전혀 짜지 못하는 이만 남을 것이다. 글이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천을 짜지 않아도 살 수 있지만, 글을 짜지 않으면 생각은 흐려진다. 예전에는 일을 하면 몸이 단단해졌지만, 이제는 몸을 쓰지 않아도 살 수 있다. 말은 있지만, 사유는 없다. 이제는 문장을 봐도 그 글을 쓴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게 될 것이다.
글은 도구다. 그물이고, 손이며, 살아 있는 마음의 짜임이다. 글쓰기는 단순히 생각을 풀어내는 일이 아니다. 생각은 몸을 통해 하나의 춤처럼 글이 된다. 글쓰는 몸의 움직임은 자유롭기도 하고, 때로는 고요하고 절제되기도 한다. 코레오그래피의 동작들이 순간의 감정을 표현하고 이야기를 전달하듯, 글쓰기도 그 깊이를 탐구하며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코레오그래피가 무용수의 몸짓으로 의미를 전달하듯, 글쓰기도 글자의 배치와 문장의 리듬으로 생각을 표현한다. 하나하나의 동작이 모여 전체적인 흐름을 만든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가 동작의 연속처럼 맞물려 리듬을 형성한다. 그래서 운동을 해야만 몸이 강해진다. 글쓰기도 같다. 앞으로는 스스로 선택한 이들만이 사고를 다질 수 있다. 선택한 이들만이 생각의 그물을 짤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는 생각을 무대 위에서 춤추게 하는 것처럼, 몸의 리듬에 맞춰 문장이 표현된다. 글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흐를 수 있도록, 마음과 손이 조화롭게 움직여야 한다. 이때 글의 리듬과 흐름은 단조롭지 않고, 점점 더 풍부하고 깊어진다. 문장이 이어지고, 그 문장은 다시 한번 생각을 더해가며 완성된다. 글쓰기와 코레오그래피, 그것은 하나의 흐름이다. 각 문장이 이루어내는 리듬, 각 단어가 만들어내는 감각은 결국 같은 원리로 이어진다. 그 모든 움직임이 하나의 문장을 이룬다. 글은 그 자체로 몸의 언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