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삼맘스토리 Aug 01. 2023

긴 글 주의가 필요한 사람, 바로 나다

듣기 경력을 10년이나 쌓았는데 어쩜

어머나 이를 어째! 가히 심각한 글 수다쟁이가 되어버렸다. 주절주절 글을 늘리고 늘려 놓아야 하는데 들은 건 있어서 최대한 짧게 써보려 한다.


한 줄 한 줄씩 말하고자 하는 요지를 짧고 간단하면서도 명확하게 쓰면 될 것을! 그걸 참 못한다. 머리로는 분명 알고 있는데 잘 안된다.


어딜 가나 글이란 걸 써놓으면 평균 이상으로 참 길다. 블로그도 인스타도 심지어 유튜브 숏츠도 설명이 길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댓글도 어마어마하게 길다.

아, 맞다! 단 한 곳 있다 있어. 아주 짧게 쓴 곳!

바로 틱톡! 거긴 길게 쓸래야 쓸 수가 없다.

글자 수 제한이 되어 있어서다. 그렇지만 더 안 써질 때까지

아주 꽉 채워 쓴다.


심지어 블로그 닉네임도 예뽕뽕이우리우연맘이다. 총 9글자로 댓글 받기 미안할 정도다. 우연맘으로 줄여 써주시면 맘이 그렇게나 편할 수가 없다.


심히 과하다. 과해!

그렇다. 정말 이제야 깨달은 거지만 난 긴 글 주의가 필요한 글 수다쟁이였다. 지금까지 공감과 소통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글 수다쟁이라니!?


갑자기 어디선가 들은 어쩔 티비가 생각난다. 걱정되어서 찾아보니 '어쩌라고 가서 티브이나 봐라'라는 뜻이란다. 뜻이 이랬다니 내일 애들한테 알려줘야겠다.


5살 때 웅변학원도 다니고 어린 시절 학교라는 곳에서 요직도 맡아본 경력도 꽤나 있고 발표도 분명 대표로 잘했던 것만 같은데, 이제 저 너머로 다.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도 잘 안 난다. 애를 셋 낳고 키웠더니 긴가민가 흐릿해진 기억이 왜 이리 많은 건지.


대신 생각만 참 많다. 그만큼 불현듯 떠오르는 것도 많다. 가장 편한 사람한테 생각의 흐름대로 갑자기 떠오른 것까지 말하다 보면 한참 전에 말했던 걸 다시 이어 붙여 말하고 있다. 말하고 싶은 게 많은 거다.


여차저차 나름대로 찾아간 안전한 내 구역은 잘 듣고 호응도 잘하는 공감 소통왕! 사실 말을 잘하는 이의 얘길 듣는 즐거움이 크기도 했지나보다도 먼저 챙겨야 할 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스스로 찾아간 거다.


가 그러라고 하는 사람 없었지만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두 눈 반짝이며 나만 보고 있었으니까.


살면서 말하기보다 듣기가 편한 것을 자연스레 터득했고 여러 가지 이유로 최대한 말을 삼가는 삶을 살았다.


그랬더니 말하기 실력은 바닥인 글 수다쟁이가 되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라 했으니 괜찮다. 공감과 소통이라는 재능을 장착하고 어떤 주제든지 나를 표현할 공간에서 나만의 글로 마음껏 말할 수 있게 됐으니까.


그리고 말하기 실력은 경험과 배움으로 다시 쌓으면 되니까.


역시나 또 길어진 것 같은데, 글로 수다를 해도 나를 주제로 했으니, 브런치에서 실컷 수다쟁이 역할하라고 임명해 주실까?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인데.


글이 긴지 짧은 지도 듣고 싶고 글로라도 찐 수다 제대로 펼치면서 그렇게 앞으로 10년 글 수다쟁이로 살고 싶은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