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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늦은 인사와 저의 브런치스토리 소개

만화와 회사를 주제로 에세이를 씁니다

by Woo Play

안녕하세요, Woo입니다.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하고 반년 만에 처음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5월 3일 마지막 글을 올린 이후 한 달하고도 약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글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오늘은 그에 대한 사과와,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와, 제가 쓰는 글에 대한 소개를 드리려고 합니다.


QnA 형식으로 작성해 보았습니다. 대화하는 기분으로 읽어주세요.


Q. 글이 늦은 데에 대한 사과부터 들어볼까요.

A. 무조건 죄송합니다. 아무리 늦어도 2주에 한 편은 쓰려했는데, 실패했습니다. 공지도 안내도 없이 1달 넘게 방치해서 더 죄송합니다. 그만둔 거 아니에요. 쓰고 싶었고, 계속 쓸 거예요.


Q. 이유가 있었나요?

A. 짧은 번아웃이 있었어요.

제 글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4월 1일 자로 부서이동을 했어요. 제가 원했던 이동이었고 결과에도 감사해요. 하지만 사실 말이 부서이동이지 이직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적응이 쉽지는 않았어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컸고요.

그렇지만 처음 한 달은 드디어 탈출했다는 안도감과 새 출발의 기대감으로 흥분 상태였어요. 오랜만에 도파민과 엔돌핀이 분출되면서, 힘든 것도 모르고 열심히 살았죠. 그런데 한 달 정도 지나니까 흥분 호르몬이 가라앉으면서 반동이 찾아왔어요.

5월부터는 호르몬의 도움 없이, 새로운 업무와 부서를 내 일상으로 만드는 일, 내 몸이 변화된 환경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데에 에너지를 쏟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5월에는 주말에도 일정이 꽊 차서 숨돌릴 틈이 없었어요. 짬 나는 시간에 글을 쓰려고 해도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안 나고 그저 쉬고 싶더라고요.

그때 바로 상황 파악이 되었죠. “나 이거 알아. 이거 번아웃이야”라고. 이제 이 정도 번아웃에는 당황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는 사실이 씁쓸하면서도 자랑스러웠네요.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고 있었어요. 뭔가 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몸과 마음을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합니다. 그러면 알아서 몸이 글을 쓰고 싶어지는 상태로 돌아오거든요. 다행히 지난주부터 열심히 쉬었고, 이제 괜찮아졌습니다.


Q. 다행이네요. 그럼 다음 글은 언제 나오죠?

A. 다음 주말에 올릴 것을 쓰고 있습니다. 만화 에세이고요, 대상 작품은 <너와 우주를 걷기 위하여>입니다.


Q. 만화와 회사 에세이를 번갈아가면서 쓰고 있지요?

A. 맞습니다.


Q. 직전에 쓴 글이 만화 에세이였으니까 이번에는 회사 차례인 것 같은데요?

A. 예리하시네요. 그런데 죄송하지만 당분간 회사 에세이는 쓰기 어려울 것 같아요.


Q. 왜죠?

A. 사실 회사 에세이를 처음 쓸 때부터 고민했던 문제가 있어요. 익명으로 쓸지 말지의 문제였는데, 일단 익명은 안 하기로 했어요. 지금도 필명을 쓰긴 하지만, 실명을 숨기지는 않고 있어요. 회사 이름까지 밝히고 싶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공개할 수도 있지요. 회사 사람들이 제 글을 보게 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회사 에세이를 쓸 때마다 조심스러웠어요. 저의 고민을 담되,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분노를 표출하는 글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요. 그러다보니 하려던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한참을 썼다가 도저히 올릴 수 없어서 묻어둔 것도 있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공개된 글로 쓰는 의미가 있을 것인지, 있다면 어떤 글로 풀어내야 좋을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롤모델로 삼은 작가님들의 글이나 비슷한 고민을 담은 글쓰기 책 등을 참고하면서요.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어차피 이것도 쓰면서 답을 찾아야 할테니까요.

다만 지금은 만화 이야기를 조금 더 쓰고 싶기도 하고, 회사 이야기는 소재를 비축하면서 방향성을 다듬는 시기를 가지려고 합니다.


Q. 회사 이야기를 계속 쓰려면 앞으로 어떤 글을 쓰겠다는 방향성이 중요한 것 같네요. 생각하고 있는 방향이 있나요?

A. 회사에서 저와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에게 공감, 위로, 격려, 그리고 용기를 나눠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제 첫 에세이가 “자아실현 욕구가 거세된 직장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인데요, 이 글을 쓰고 가까운 동료에게 보여줬더니 꼭 자기 이야기 같아서 슬프지만 같은 직장 동료로서 너무 공감된다고 했어요. 당시 참여하던 글쓰기 클럽에도 제출해 봤는데, 비슷한 일로 힘들어하던 분이 “다시 힘들어질 때마다 이 글을 보러 오겠다. 지우지 말아 달라”라는 댓글을 남겨주셨어요.

그때 알게 되었지요. 제가 겪은 고통이 개인적인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요. 그걸 글로 풀어 누군가와 나누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가 될 수 있다는 것을요. 그것이 제 회사 에세이의 현재 방향성입니다.


Q. 만화를 주제로도 글을 쓰고 있는데요, 이건 감상문인가요?

A. 아니요, 에세이입니다.


Q. 에세이라고요? 감상문과는 어떻게 다른 걸까요?

A. 에세이는 일상에 대한 글이죠. 주제가 무엇이든 일상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을 글로 담아낸 것이 에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에세이의 주제는 삶의 형태만큼 다양해질 수 있죠.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에세이를 쓰면 요리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이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운동하는 에피소드가 주를 이루겠지요. 제 경우에는 그게 만화인 겁니다.

그래서 만화를 주제로 글을 쓰고 있지만, 감상문이나 비평문을 쓸 생각은 없습니다. 일단 비평 같은 건 능력 밖의 일이기도 하고요. 다만, '만화'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Q. 만화를 통해 삶을 이야기하고 싶다라…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A. 그렇게 말하니까 뭔가 거창해 보이는데, 그냥 만화로 수다를 떨고 싶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편해요. 밥 먹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유행하는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 떠들듯이 말이죠. 다만 저는 그걸 만화를 소재로 하고 싶을 뿐이에요.

저는 만화에 대한 비평이나 감상, 혹은 관련 지식을 늘어놓는 글은 쓰고 싶지 않아요. 능력도 없고요. 그보다는 만화를 보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보고 싶어요. 왜냐면, 만화도 우리의 삶과 닮은 이야기라는 측면에서는 다른 영화, 소설, 드라마 등과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만화를 통해 삶을, 일상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건 그런 의미입니다.


Q. 그런 글을 사람들이 좋아할까요?

A. 그럼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만화에 대한 에세이 형식의 글도 꽤 출판이 되고 있습니다.

제 롤모델 중 하나인 김민섭 작가님도 2018년에 『고백, 손짓, 연결 - 가혹한 세상 속 만화가 건네는 위로』라는 책을 낸 적이 있어요. 그때 처음으로 ‘만화로도 공감 가는 삶의 이야기를 얼마든지 할 수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죠. 만화를 즐기기만 했지, 그걸로 글을 써서 소통한다는 생각을 못 해봤던 저에게는 좋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최근에 본 책 중에는 『크리에이터의 인생 만화』라고 이 시대의 창작자 9명의 인생만화 이야기를 모은 책도 있었어요. 또, 만화 편집자 김해인 님이 쓴 『펀치-어떤 만화 편집자 이야기』는 진짜 재미있게 읽었어요. 김해인 님의 책은 주변에 만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전부 추천하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어떤 만화든 간에, 만화를 읽으면서 한 번이라도 눈물을 흘려보거나 가슴을 때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공감할 책이에요.

유명한 에세이 시리즈인 <아무튼> 시리즈에도 만화가 주제인 경우가 좀 있는데요, 최근에 천선란 작가의 『아무튼, 디지몬』도 너무 좋았어요. 왜 디지몬이 작가님의 인생애니인지를 당당하고 멋지게 이야기해주셨어요. 저는 디지몬을 보지 않았는데도 수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래 맞아 그 마음 나도 알아요’하면서 봤어요.

이 책들은 모두 만화를 통해서 자기 삶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썼고, 그것으로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제가 쓰고 싶은 만화 에세이의 좋은 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Q. 알겠습니다. 앞으로 기대할게요. 이제 지금까지 이 브런치스토리를 읽어준 독자들에게 감사인사를 드릴 차례인 것 같네요.

A. 구독자도 조회수도 보잘것없는 작은 브런치지만, 그래서 더더욱 찾아와서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수많은 인터넷 콘텐츠 중에서 미세먼지처럼 작은 이곳을 발견하기란 정말 쉽지 않으니까요.

한 편의 글이라도 끝까지 읽어주신 분은 저의 독자이십니다.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라이킷해주시거나 따듯한 댓글까지 남겨주신 분은 저의 히어로이십니다. 저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와 힘을 나눠주셨으니까요! 감사합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 얼마나 자주 글을 쓸 계획인가요?

A. 원래 목표는 일주일에 한 번이었는데, 제대로 지킨 적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우선은 열흘에 한 번을 목표로 쓰겠습니다. 지난 11월부터 올 5월까지 총 19편의 글을 썼는데, 발행주기를 계산해보니 대충 열흘에 한 번은 되었어요. 몰아서 올린 것도 있어서 실제로는 편차가 더 크긴 하지만요.

그래서 단기 목표는 편차 없이 열흘에 한 번, 한 달에 세 번을 쓰는 것입니다. 체력을 키우고 생활패턴을 효율화해서 연말까지 일주일에 1회 연재를 생활화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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