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일에 여러 목표를 연결시키기
헤리포터의 전교 1등 친구 헤르미온느에게는 압도적으로 공부를 잘 하는 비결이 있었다. 그 비결은 교수님이 빌려 주신 시간을 되돌리는 목걸이었다. 헤르미온느는 그 목걸이 덕분에 같은 시간대의 수업 여러개를 동시에 들을 수도 있었고, 혼자서 공부를 할 때도 시간을 돌려가면서 계속 공부할 수 있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로서, 직장생활을 하며 야간대학원까지 다녔기에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늘 마음에 걸렸었다. 어느 주말, 나는 평소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죄책감에 면죄부를 받는 심정으로 아이들과 함께 영화 헤리포터를 보고 있었다. 마법의 목걸이로 시간을 되돌려 불가능한 일을 해 내는 헤르미온느를 마냥 부러워하며 천근 같이 무거운 몸의 피로도 잊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맡겨진 모든 일을 다 잘 해낼 수는 없었기에 육아는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회사일에 집중했다. 서른이 넘어 영업을 시작했기에 내게는 영업을 잘 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절박했었다. 낮에는 고객사를 돌아다니고 저녁에는 고객들과 술을 마시거나 야근을 했고 소홀할 수 밖에 없었던 일들에 대한 죄책감은 나를 짓눌렀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갔어도 일은 점점 더 많아지기만 했고 상황은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한참 일과 삶의 균형을 잡지 못해 헤매던 나에게 전 직장 후배가 사무실을 찾아왔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공공분야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쭉 해 온 친구였다. 업무상 접대가 많아 똑바로 서서 자기 발을 내려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배가 많이 나와 늘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던 후배였다. 오랫만에 찾아 온 그가 뱃살이 쭉 빠진 멋진 모습으로 나타나 종이꾸러미를 내밀었다. 본인이 최근 동화책을 썼고 출판을 하려는데 추천글을 써 달라는 것이었다.
그가 얼마나 바쁘게 열심히 일해 왔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책을 쓰다니 어디서 시간을 늘여주는 마법의 목걸이라도 구했느냐며 이실직고하라고 다그쳤다.
그는 총각 때 직장에 충실한 것 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했는데 결혼하고 아이까지 생기니 이대로 살면 안되겠다 싶었단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그가 찾아낸 마법의 목걸이는 챙겨야 하는 여러가지 일들을 연결시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전업주부인 아내에게 시간을 주기 위해 토요일 오전 시간 아이와 놀아주기로 했는데 그 시간에 아이와 함께 최대한 많이 움직일 수 있는 활동을 하며 부족한 운동량을 채웠단다. 그리고 아이와 노는 동안 이야기를 지어 들려주다 보니 동화책 한권 분량이 되었고 어느 덧 어릴 적 부터 꿈꿔왔던 동화작가가 되었다고 했다.
그가 발견한 마법의 목걸이는 하나의 일이 여러 목표들을 동시에 달성하게 하여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즐거운 멀티 테스킹 덕분에 그는 회사에서는 영업담당으로서 실적도 좋아지고 그동안 미뤄왔던 다른 일들도 병행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후배가 돌아간 후 생각해보니 나는 늘 부족한 시간에 허덕이면서도 시간을 쪼개 쓸 생각만 했지 시간을 늘여 쓸 생각을 해보지는 못했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다. 그 때 이후, 나 역시 무엇을 하든 다른 일과의 연관성을 찾아 한 가지 일로 두가지 이상의 목표를 연결시켜 병행하는 방식을 조금씩 시도해 갈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가부터 나는 이제 더 이상 시간에 쫒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도적으로 시간을 관리하고 배분할 수 있게 되었고 삶에 있어서 전보다 더 많은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회사일, 운동, 두 아들과의 소통, 남편, 업계 사람들과의 네트워킹, 여성 단체 활동, 강연, 두번째 커리어 준비, 동창회 활동 등은 내가 오랫동안 꾸준히 해 오고 있는 일들이다.
리더로 성장하고 싶은 여성 직장인들을 돕는 여성단체 WIN 활동은 내가 10여년 째 해 오고 있는 일이다. WIN에서는 여성 직장인들이 어려워하는 리더십 주제에 대해 일년에 두 번씩 컨퍼런스를 열고 있다. 제법 큰 규모의 행사라 준비에 시간을 꽤 많이 써야하지만 20회째 컨퍼런스를 진행하면서 나는 리더십을 발전시킬 수 있었고 지금은 리더십 전문가로 외부 강연도 하고 있다. 직장 일을 그만두게 되면 리더십 개발 관련 일을 고려하고 있는데 그것 역시 WIN 덕분이다. WIN 활동을 통해 나는 봉사 활동, 자기 개발과 2nd Life 준비 세가지를 동시에 해 온 셈이다.
아들이 한참 방황하던 시기에 나는 아들과 주말 등산을 시작했다. 물론 등산을 하면 용돈을 주겠다고 하여 시작한 일이지만 토요일 오전 등산으로 나는 아들과 대화도 하고 내 건강도 챙긴다. 그 동안 우리는 서로를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어릴적 일년에 한 번도 학교에 찾아오지 않은 엄마가 섭섭했다는 아들은 이제 자신과 말이 통하는 엄마가 자랑스럽다는 말도 한다. 오랫동안 시달리던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에서도 나는 많이 자유로워졌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적에는 주말마다 어머니와 대중목욕탕을 다녔다. 내가 좋아하는 대중목욕탕 사우나를 즐기면서 우리 아이들을 키워주시느라 고생하신 어머니와 함께 시간도 보내고 등도 밀어드렸다. 이를 테면 일석이조, 고스톱 용어로는 일타 쌍피의 시간관리술인 셈이다. 생각해 보면 이런 시간관리의 전략은 우리 조상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시간관리술이었나 보다. 우리의 속담 중에는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꿩먹고 알도 먹고, 누이좋고 매부좋고, 마당쓸고 돈도 줍고’ 같이 한꺼 번에 여러가지 일을 하는 표현이 너무도 많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