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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미영 Jun 02. 2020

쩌는 존재감은 어디서 나오는가?

두 번째 직장에서 영업팀장으로 일할 때 느끼고 겪은 일이다. 


첫 직장에서 온갖 종류의 일을 하면서 IT업계에 적응한 덕에 두번째 직장에서 자원한 영업직에서 나는 나름의 성과도 내고 일에 대한 자부심도 가지게 되었다. 얼마 후에는 능력을 인정받아 영업팀도 이끌게 되었다. 당시 회사에는 몇 개의 영업팀이 있었는데 그 중 동갑내기 남성 팀장에 대한 칭찬이 나를 주눅들게 하곤 했다


맡은 고객군이 달라 굳이 동료 팀장들을 의식할 필요는 없었는데, 상사가 나에게는 ‘여성이 영업팀을 이끄니 나름 장점이 있네. 섬세하게 고객사 이슈들도 살피고 직원들도 참 잘 챙겨. 게다가 근성도 있고.’라고 평가했지만, 그 동갑내기 팀장에 대해서는 ‘카리스마가 있어’라고 칭찬을 하는 것이었다. ‘왜 여성리더는 일을 잘하고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해도 ‘카리스마’(당시에는 이 말이 참 멋있게 들렸다)를 가지지 못하는가’ 하는 것은 내가 몰입해서 매달리는 화두였었다.


그 이후에도 내 주위에는 ‘카리스마 쩐다’는 말을 듣는 남성 리더들이 종종 있었고 일에 있어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나에게도 소위 ‘카리스마 쩌는 존재감’은 여성인 내가 따라하기 힘든 넘사벽으로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날 ‘신체 언어가 당신이 누구인지를 결정한다(Your body language may shape who you are)’는 하버드대 교수 에이미 커디의 TED 강연을 듣게 되었다. 에이미 커디 교수에 의하면, 사회적인 관계나 업무상 어려운 상황에서 힘을 과시하는 자세를 취하면 실제로 힘이 세진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단 2분 동안 자세나 몸짓을 바꾸는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자신감이 증가되는데 이는 힘을 과시하는 자세가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커디교수는 실험을 통해 피실험자 그룹이 어깨를 쫙 펴고 허리를 세우는 자세를 2분간 취하면 자신감을 높여주는 테스토스테론이 20% 증가하는 것을 입증했다. 그는 단지 생리적 변화 뿐만 아니라 모의 면접을 통해, 힘 있는 자세를 취한 사람들이 면접에 통과할 확률이 20퍼센트 높아지는 것을 보였다.


강연을 들으면서 나는 뒤통수를 죽비로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나는 이 강연에서, 존재감이라는 것이 마음가짐이나 몸을 통해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쩌면 남자와 여자의 카리스마 차이도 자세에서 발현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날 이후로 나의 존재감을 높이는 방법, 높은 존재감을 유지하되 그것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에 대한 나름의 방법을 찾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지금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우미영'이라는 사람의 존재감을 분명하게 확인받을 수 있게 되었다. 


우선 존재감은 자신감이 보여질 때 드러나는 것이다. 그냥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존감에서 비롯된, 오만함이 배제된 자신감을 가질 때 나의 존재감은 높아진다. 나는 매사에 자신감 있게 행동하면서도 겸손한 마음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한편 사람들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 

나 자신의 감정과 능력, 가치관에 대해 정직한 사람의 존재감이 높고 사람들도 그런 사람에 대해 편안하게 느낀다. 필요 이상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애쓰는 모습, 통제할 수 없는 것까지 통제하려는 완벽주의적인 모습을 사람들은 불편해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부족함을 드러냄으로써 누군가가 그 부족함을 채워주고, 그 누군가가 가진 부족함을 내가 가진 것으로 채워줄 수 있을 때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 이것이 나 자신의 강점을 이해하고 동료들의 강점에 대해서도 이해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나 혼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있을 때 사람들은 나를 인간적으로 느끼게 된다. 인맥을 쌓되 진실하게 쌓고 나를 알리기보다 다른 사람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노력을 하게 되면 사람들 속에서 나의 존재감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에이미 커드 교수의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바디랭귀지를 관리하는 것도 존재감을 높이는데 큰 몫을 한다. 그래서 때와 장소에 맞게 표정과 시선, 자세를 갖추는 것은 중요하다. 발표자로 무대에 섰다면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청중의 눈길을 피하지 말하야 하며 면접관 앞에 섰다면 미간을 바라보며 자신감 있되 겸손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


몸은 겉으로 드러난 마음이고 마음은 보이지 않는 몸이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건강한 존재감을 유지하는 길이다. 운동을 통해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마음의 건강을 위해 나 자신의 강점과 약점, 능력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감정이나 가치관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여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존재감은 높아지고 나를 대하는 사람들은 나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다.


만약 스스로 위축되고 소심하다 생각한다면, 거울 앞에 보다 자주 서길 권한다. 

작은 손거울이 아니라 전신을 다 비춰주는 거울 앞에 서서 어깨를 펴고 척추를 곧추 세우고 자신의 표정을 살피며 마음으로부터 솟아나는 존재감을 느끼고 그것을 날마다 키워가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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