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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미영 Jun 23. 2020

회사일 말고 딴짓하기

'회사일 말고 무엇'을 가지자

다양한 조직의 여성 임원들이 모여 여성 리더를 키우는 모임이 있다. 

WIN(Women In iNnovation)은 2007년에 설립되어 차세대 여성 리더 양성을 위해 체계적으로 힘을 모으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활동들을 한다. 10여년전, 지인이 WIN을 소개하며 가입을 권했을 때 나는 꽤나 망설였다. 회사 일에 엄마로서 아이들 교육까지, 내 어깨에 더 이상의 짐을 지운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당시 나는 회사의 매출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고 집에는 중고등학생 아들 둘까지 있었기에 봉사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봉사를 받아야할 지경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일년에 두어번, 한나절 정도의 멘토링 활동이면 충분하고 일단 시작해 보면 보람있는 일이 될거라고 집요하게 설득하는 지인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어 못이기는 채 가입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WIN에 발을 들여놓은지 10년이 되었다.


나의 실리와 무관하게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회사에서 자리를 지키는 것 만으로 힘든데, 더구나 아이가 있다면 엄마, 아빠로서의 역할 또한 소홀할 수 없으니 나날이 울고 싶은 심정으로 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평소에 늘 만나는 사람들이 아닌 사람들, 더구나 그들이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들 속에서 나를 발견하게 된다. 힘들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내가 힘들어 하는구나’하는 것을 발견하는 자기객관화와 자기성찰이 이루어 지는 것이다. 내가 나를 공감하기는 어려워도 나와 비슷한 처지의 상대방을 공감하면서 회사생활과 가정에서의 고달픔과  중압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WIN에서는 IT업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과 함께 멘토링과 리더십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실행하면서 내 인식의 지평도 넓어지고 리더십 역량도 높일 수 있었다. 그동안 멘티들을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어 갈등관리, 커뮤니케이션, 영향력 등의 주제들을 다루어 왔지만 그 과정에 우리는 우리 자신의 리더십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나와는 다른 경험과 지혜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얻는 것들은 혼자서 더 열심히 일하거나 휴식을 한다고 해서 얻어질 수 없는 값진 것들이었다.  


최근에 나는 함께 활동한 WIN 멤버들 중 퇴직 후 세컨드라이프를 시작한 분들을 만났다. 그 분들은 본인의 퇴직 후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어 주었고 내가 함께 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해 주시기도 했다. 이를 통해, 내가 하고 있던 일과 WIN에서의 활동, 거기서 맺은 네트워크가 결합되는 곳이야말로 나의 세컨드 라이프가 가능한 곳임을 깨달았다. 내가 회사 일에만 몰입하여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고 주말에는 귀차니즘이나 혼자만의 힐링으로 시간을 보냈다면 지금처럼 리더십 역량을 쌓기도 어려웠거니와 다양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보다 풍부한 삶을 꿈꾸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제 세컨드 라이프를 준비하는 일이 옵션이 아니라 필수인 세상이 되었다. 

지금까지 해 오고 있는 일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야에서 세컨드 라이프를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직장인들에게 그런 행운은 이제 흔치 않은 일이 되었다. 정유회사에서 퇴직하면 주유소를 창업하고 통신사에서 퇴직하면 이동통신 대리점을 하는 것이 가능하던 시대가 진짜 있었다. 하지만 세상이 너무나 많이 바뀌어 이제 그런 일은 없다. 그리고 앞으로 세상은 더 빠르게 바뀔 것이다. 이 변화에 적응하고 세컨드 라이프를 준비하려면 회사에 있는 동안  회사일 말고 무엇인가를 시도해야 한다.


‘좋은 성격’이라는 강점만 믿고 IT업계에서 영업직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후배가 있었다. 

일이 맞지 않는 건지 회사가 싫은건지 금요일 아침 회의를 마치고 나면 그는 회사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시간이 갈수록 그의 영업 실적은 나빠졌고 결국 그는 회사를 떠났다. 부양할 가족들이 있던 그는 모두의 걱정을 한 몸에 받으며 떠난 것이다.


몇 년 후 그의 소식이 들려왔다. 회사를 떠난 후 그는 낚시 용품 회사의 영업으로 취직을 했다. 입사 6개월 만에 그는 전국 영업사원들 중 일등이 되었고 얼마 후에는 독립하여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몇 년 후에는 중국에 낚시 용품 제조 공장까지 가진 사업체의 CEO가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매주 금요일, 사무실에서 사라진 그가 향했던 곳은 낚시터였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후배는 일과 취미의 분리를 통해 적성에 맞지 않은 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도 풀고 거기서 세컨드 커리어를 준비했던 셈이다. 


백세 시대, 첫번째 커리어만으로 경제적인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경제적으로 자유롭다 하더라도 일없이 50년을 보낸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게다가 퇴직 후 세상과 단절된 상태에서 내가 좋아하고 의미를 느끼는 일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일을 하는 동안에 일 이외의 것을 시도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봉사활동이든 취미 생활이든 그 시도를 통해 나와 다른 사람, 나와 다른 경험을 해 온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놀이건 자기계발이건 간에 회사일 말고 다른 무엇인가를 하는 것은 회사 일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길이기도 하고  다른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발판이 되기도 할 것이다.


유투브 채널 '어른친구'

그런 이유로 또 한 번 회사 밖에서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게 됐다. 지난 5월,  링크드인으로 만난 밀레니얼 친구들, WIN 활동을 함께 해 온 조선경 대표와 ‘어른친구’라는 이름으로 유투브 채널을 시작한 것이다. 채널이 대단한 성공이 되지 못하더라도 지금까지의 내 경험과는 많이 다른 경험이 될 것이고 그것을 통해 나는 또 조금씩 성장하고 내 삶은 훨씬 풍부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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