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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미영 Jul 12. 2020

직장생활에서의 갈등

 피할수 없다 다만 관리될 뿐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은 매우 다양한 갈등을 겪는다

지시가 불명확해 일하기가 힘든 상사, 책임을 전가하는 상사, 나를 제끼고 내 팀원에게 직접 업무를 지시하는 상사, 역량이 부족한데 본인은 잘났다고 생각하는 부하직원, 능력이 좋아 일을 많이 줬더니 불공평하다고 불평하는 직원, 경쟁심 때문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내 일을 방해하는 동료, 심지어는 이유도 모르겠는데 나를 싫어하는 동료 등 직장생활에서 겪는 갈등은 유형도 다양하거니와 갈등의 이유는 항상 차고도 넘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갈등에 직면해서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어진 상황을 담담히 수용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본인의 멘탈이 강해야 한다. 나의 멘탈이 강할 때는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 갈등이 삶의 필연적인 요소임을 인식하고 덤덤히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마인드셋을 가질 수만 있다면 대부분의 갈등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위 ‘멘탈갑'이 되는 것은 말이 쉽지,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직장 내 갈등이 필연이라고 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일까?


영업사원 시절, 시도 때도 없이 내게 전화를 하는 상사 때문에 심각하게 퇴사를 고려한 적이 있다. 

‘우차장, OO카드 딜 상황 어떻게 됐지? 이번 달에 계약되는 거 맞나?’ 월요일 아침, 팀의 주간회의 자리에서 분명히 보고를 했는데도 팀장은 수시로 전화를 했다. 대체 머리가 나쁜 건지, 의심이 많은 건지, 아니면 디테일까지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인 건지, 상사는 궁금한 게 생기면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 차 안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떼우며 하루에도 몇 개의 고객사를 방문하던 나에게 수시로 걸려오는 상사의 전화는 너무나 성가시고 괴로운 일이었다. ‘대체 소는 언제 키우란 말인가? ‘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보고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다. 어느 금요일 오후, 한주를 정리하면서 나는 팀장님을 위해 주간회의에서 일일이 보고하기 어려운 내용까지 포함하여, 내가 담당하는 업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월요일, 주간 회의를 마치고 정리해 둔 문서를 프린트해 팀장님의 책상에 올려 놓았다. ‘팀장님, 전화받는 시간에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궁금한 거 생기면 이 문서를 먼저 봐 주세요. 그래도 궁금한 거 생기면 전화 O.K.^^’’라는 메모와 함께.    


갈등의 이유는 무척 다양하지만, 이 모든 갈등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그 해결의 주체가 ‘내’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조직에서의 갈등은 항상 ‘너’ 때문에 생기지만 그것 때문에 힘든 것은 ‘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생활을 잘 한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갈등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대부분 나의 ‘기대치’나 ‘예상치’와 실제 벌어지는 일 사이의 간극에서 촉발된다. 이를 테면 상사가, 부하 직원이 잘 해주기를 기대했는데 그 기대에 못 미칠 때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다. 따라서 나의 기대치와 상대방의 기대치를 잘 살피고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갈등관리법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역지사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황과 관계를 바라보는 것이다.


배우 대니얼 데이루이스는 영화 <나의 왼발>을 촬영하는 동안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화가 역을 소화하기 위해서 영화 촬영 기간 내내 휠체어에서 지냈다고 한다. 심지어 그는 촬영이 진행되지 않을 때도 스탭들에게 식사를 먹여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 역할에 완전히 몰입하기 위해서 역지사지를 한 것이다. 물론, 직장에서 이런 수준으로까지 역지사지의 기술을 사용하긴 어렵겠지만 공감력을 발휘해 갈등을 둘러싼 여러 관계들을 바라봐야 한다. 갈등을 유발하는, 상사, 동료, 부하팀원 등 여러 주체들의 기대치에 대해서는 보다 세밀하게 이해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상사와의 갈등은 상사에 대한 나의 기대치를 조절함으로써 상당 부분 경감시킬 수 있다. 상사 역시 부족한 인간이며 나의 고객이고 내가 관리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상사와의 신뢰를 튼튼히 쌓아나가는 것이다. 이런 노력을 지속적으로 한다면, 갈등요소가 있더라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동료와의 관계에서는 알아서 해 줄 것을 기대하지 말고 현실적인 기대치를 분명하게 정하고,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알아서 해 줄 것을 기대하기 보다는 협력이 필요할 경우 내가 먼저 협조를 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입장과 처지에 대해 이해하고 조율한다고 생각하면서 동료를 대하면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이 때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은 감정의 노출은 최대한 절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갈등에서 감정이 개입되기 시작하면 그 문제들은 합리적으로 해결하기가 무척 어려워진다.


부하직원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상사나 동료를 대할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팀원들이 어떠한 기대를 가지고 있으며 어떨 때 불만인지는 상사와 나의 관계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팀원들에 있어서는 명확한 업무지시와 피드백, 그리고 평가의 기준제시가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하면서 부드럽고 감성적인 터치로 접근하면 팀원과의 갈등은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던 상사에게 전달한 메모는 효과가 있었다. 

메모를 받은 뒤로 내게 걸려오는 전화의 빈도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사원에서 리더가 되고, 또 임원이 되는 동안 나 역시 팀원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본다. 보고하던 입장에서 보고 받는 입장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기대치 조절을 하기 위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인다. 갈등을 관리한다는 것은 어느 위치의 누구에게라도 해당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겪게되는 갈등에 대해 이러한 생각의 틀을 가지고 살펴보면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거기에 더해, 사람마다 서로 다른 기질과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이해하고 대응하면 조직에서 마주하는 어떤 갈등도 마치 흥미진진한 게임처럼 풀어나갈수 있을 것이다.


유투브 '어른친구' https://www.youtube.com/watch?v=T0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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