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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정메이트 Aug 24. 2024

고통도 배틀해야하나요?

 요즘 스레드라는 플랫폼에 빠졌다. 스레드는 글 기반 앱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날 것 그대로 읽을 수 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빠져나가기 쉽지 않다. 오늘도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각양각색의 글을 읽고 넘기는데, 한 엄마의 피드가 떴다. 거실에 온갖 아이 용품이 있었고, 그녀는 멍하니 TV를 보며 혼술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글에서는 끝나지 않는 힘든 나날. 우울하다. 살기싫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한창 육아가 힘들었을 때 고통이 전해져 안타까운 마음에 댓글을 보고 있었는데 몇몇 사람들의 글이 눈에 띄었다.

 큰 집에 살면서 뭐가 그렇게 힘드나요?, 아이는 금방 커요. 그 정도 일 같고 살기 싫다 할 정도면 제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등등 자신의 힘든 이야기를 써 내려간 글들이 있었다.      

  

 댓글을 보며 예전 내 경험이 떠올랐다. 1년 반 전, 내가 살고있는 아파트에 화재가 나서 아이와 유독가스를 마시며 고통스럽게 빠져나갔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트라우마로 크게 공황장애가 왔었고 멘탈이 흔들리자, 나의 기준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투자해 엄청난 손해를 입은 적이 있었다.

 나는 그 고통을 온라인에 올렸다. 힘내라는 선한 글도 있었지만, 몇몇 사람들은 날 선 댓글로 안 죽었으면 다행이지 뭘 그렇게 구구절절하게 신세 한탄을 하고 있냐, 나는 장애 가진 아이, 집에 빚이 있고, 몸까지 아파도 견디며 살고 있다고 내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의 글들이 있었다.      

 

 물론 그때 당시 나보다 더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정말 주체할 수 없는 고통이 찾아오면 나 역시 어떻게 대처하며 살 수 있을까. 가늠이 안 되는 고통도 있다.  묵묵히 그 자리를 버티며 사는 사람들을 대단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어떠한 고통도 약간의 단순함으로 치부할 수 없다. 설령 그 고통이 정말 아무것도 아닐지라도 그 사람에게는 큰 고통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모른다. 그 사람이 살아왔던 히스토리, 가정환경, 그 사람의 성격, 예민함 등등 온전히 그 사람으로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고통의 깊이도 알 수 없다.

 서두에서 말한 엄마가 단순 육아 우울증인지, 아니면 그 외 남편이 바람났거나, 집에 우환이 있는지, 빚이 있는지 아니면 우울증을 앓고 있는지 우리는 모른다. 글로 그 아픔의 깊이를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설사 그게 다 아니어도 그 사람은 지금 너무 힘들어 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은 다양한 방식의 삶이 있다. 사람들은 그 삶을 존중해준다. 결혼을 했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에게 왜 그렇게 사냐고 하지 않는다.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 사람의 인생이고 그 사람이 어떠한 가치관으로 아이를 안 낳기고 했는지 우리는 모르기 때문에 존중을 해줘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삶의 방식은 존중해주면서 고통의 깊이는 왜 존중하지 않는 걸까?

누가 잘사냐 못사냐 배틀하듯이 지금 힘든 사람에게 누가 더 고통스럽냐 덜 고통스럽냐 배틀을 꼭 해야 할까? 삶의 정답이 없듯이 고통에 대한 마음의 상처도 알 수 없다.       


 누군가 툭 터놓고 자신의 고통에 관해 이야기 해줬을 때, 그게 설령 자신의 기준에는 별거 아닌 고통이어도 들어주기만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거야. 괜찮아. 지금은 괜찮아졌잖아. 라는 어쭙잖은 조언도 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그 일에 처하지 않는 한 진심으로 그 고통을 알 수 없으며, 자신 또한 그 일이 내 일이 되었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정말 힘들었겠다. 그래도 이렇게 잘 버티고 있는 네가 대단하다고 생각해. 묵묵히 들어주고 힘이 나는 말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은 큰 위안이 된다. 그것만으로 괜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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