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정메이트 Apr 02. 2021

무인샵을 차렸다.

나의 사업 도전은 20대 때, 처음 시작되었다. 10대 때부터 옷에 관심 많았던 나는 스타일리스트가 꿈이었다. 부모님의 반대로 무난한 과를 나오고, 무난한 직장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에도 쇼핑을 좋아하던 나는 항상 옷을 사면 같이 근무하시는 여직원분들이 어디서 옷을 샀냐고 물었다. 항상 의류 쪽 갈망이 있던 나는 일을 잠깐 쉬고 있을 때, 옷 가게 창업을 준비했다. 한창 잘나가는 ‘스타일 난다’ 성공 신화를 듣고, 나도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성공하고 싶었다.     


맨땅에 헤딩으로 창업을 해서인지, 생각만큼 사업은 잘 되지 않았다. 고된 업무 강도로 임신하면서 아기를 위해 정리를 하였고, 그렇게 나의 창업 도전은 끝이 나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두 번째 창업을 도전하게 되었다. 작년부터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아이스크림 무인 샵이었다. 무인 샵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동생 친구의 이야기였다. 빙과회사에 근무하는 동생 친구는 무인샵 매출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생각보다 물건이 잘 팔려서 호기심 반으로 창업을 했는데, 1년도 채 안 돼서 5개 무인 샵을 차렸다.     


우리가 염려하는 도난사건도 그렇게 많지 않고, 영업 유지를 위해 크게 힘 안 들이고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좋았다. 특히 이렇게 코로나 시대에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큰 메리트였다. 또한 인테리어가 필요 없고, 창업비용이 저렴했다.    


발품을 팔아 돌아다닌 후, 나는 무인 샵을 질러 버렸다. 단 몇십만 원을 벌더라도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나온다면 나에게 좋은 수익처라고 생각했다. 오픈하기 이주는 정신없이 바빴다. 체크해야 할 부분도 많았고, 오랜만에 하는 창업이라 현실감각이 부족했다. 잘되는 무인 샵을 쫙 둘러보며 무엇을 파는지, 얼마에 파는지, 어떻게 운영되어있는지 벤치마킹을 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오픈을 하고, 아직 한 달이 안된 시점에서 느낀 점은 일단은 편하다. 준비 기간까지만 힘들지 오픈하고 나서는 딱히 할 일이 없다. 하루에 한 번 가서 잔돈을 확인하고, 청소만 하면 된다. 실시간 CCTV가 핸드폰으로 연동되기 때문에 집에서 편하게 앉아 사람들이 어떻게 사고 있는지, 불편한 점이 없는지 확인 할 수 있다.


주 고객이 젊은 층이어서 무인기계에 익숙한지 문의 전화 오는 것도 없다. 내가 자는 상태에서 무인 샵은 돌아가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다. 진상 손님을 상대할 필요가 없다.

옷가게를 운영할 때는 손님이 언제 오는지 모르고, 항상 매장에 있었다. 하루라도 휴업을 하면 매출에 큰 타격이 있기 때문에 잘 쉬지도 못했다. 10시부터 매장 문을 열고, 밤 9시까지 운영을 하였다. 손님이 없는 날은 좁은 매장에서 허송세월하였다. 또한 옷을 팔기 위해 단내가 나도록 사람들 비위를 맞췄고, 진상 손님이 오는 날은 스트레스가 많았다.     

하지만 무인 샵은 감정노동이 없다. 손님들이 알아서 물건을 고르고, 계산한다. 아이스크림이라 반품도 없다.      

인건비가 안 들고,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는 게 무인 샵의 가장 최대 장점인 것 같다. 또한 시간을 아껴서 다른 일을 할 수가 있다. 가게에만 얽매이지 않아, 다른 수익구조를 준비할 수가 있다.


무인 샵은 집이랑 가까운 곳에 있는 게 좋다. 가끔 냉동고 문을 안 닫고 가는 고객이 있어서 바로 무인샵에 가야 할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친절한 사람들이 많아 매장에 가 있으면 나중에 온 분들이 문을 닫고 가는 경우가 많다. 미처 다른 분이 정리하지 못한 바구니도 같이 정리해주는 마음 좋은 분들이 많아 감동을 한다.    


무인 샵을 차리면서 제일 염려가 되었던 것은 도난이었다. 아무래도 사람이 없기 때문에 훔쳐가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어떠한 사업도 다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좀 초연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양심이 있어서, 도난 사건은 많지 않다. 한 달 하면서 한 분이 계산을 안 하고 갔다. 그분은 나와 같은 엄마였다. 혹여 실수로 계산을 안 하고 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CCTV에 찍힌 모습을 보니, 실수는 아니었다. 고의적 행동이었다. 어린아이들도 아니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어쩜 그럴 수 있지? 화가 났다. 정말로 돈이 없어 물건을 훔친 거라면 이해라도 되지.. 돈이 없는데 정말 먹고 싶은 마음에 훔쳐 갔다면 한두 개 훔쳐 가고 말았을 것이다.


고민 끝에 경고 차원에서 경찰에 신고했다. 소액이어서 망설였지만, 그냥 넘어가면 계속 매장에 와서 도둑질 할 것 같았다. 그분이나 나를 위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믿음으로 운영하는 매장으로, 물건을 훔쳐 갈 시에는 경찰에 신고한다고, 양심적으로 이용 부탁드린다는 경고문을 붙였다.    


아직 날씨가 많이 풀리지 않아, 매출이 많지는 않지만 점점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내 목표는 여름 한 철 장사해서 집세를 뽑는 것이다. 집세를 뽑으면 나머지는 나의 수익이 된다.    

최소 부동산으로 투자할 경우, 원룸인 경우 8천을 투자해 한 달 30에서 35만 원 수익을 내는 데 그것을 생각하면 무인 샵 투자는 크게 돈 들지 않고 신경 쓰지 않고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좋은 것 같다. 설사 망해도 크게 손해 보지 않는다.    


원래는 무인 샵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내가 쓰는 주제가 육아이기 때문에 관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이 이야기를 쓰는 것은 엄마의 도전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 잘 키운다는 게 똑똑하게 잘  키운다는 게 아니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엄마와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그렇다고 일을 포기해서 손가락만 빨 수 없다. 충분한 돈이 있어야  아이를 잘 기를 수 있다. 아이가 하고 싶은 분야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돈을 번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 때, 아이와 충분히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못 키웠던 일이 제일 후회가 될 것 같다. 돈을 벌기 위한 내 도전과 성공이 엄마들에게 자극이 되고 싶다.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무인 샵을 오픈하라고 쓰는 글이 아니다. 집에서 육아하느라 돈은 벌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나는 엄마, 일하느라 아이를 신경 못 쓰는 워킹맘들이 내 글을 보고 조금은 생각의 전환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 쓴다. 앞으로 나의 도전 이야기는 계속된다.  

작가의 이전글 전문가 무시하지 말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