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몰이해의 틈바구니에 낀 사람을 상상합니다. 말을 할 만한 장소가 없어 갈지자걸음으로 헤매다 침묵하는 사람을 상상합니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할 말을 잃어서 말하지 않는 사람을 상상합니다. 진심이 왜곡되거나, 외면되리라는 섬뜩한 예감으로 말하기 꺼리는 사람을 상상합니다.
언젠가 지인이 이렇게 말한 적 있습니다. “침묵은 몸부림”이라고요. 그 말을 듣고 길 위에서 서글픈 마음으로 서 있던 적이 있습니다. 나를 온전히 바라봐주지 않는 누군가의 폭력 앞에 침묵으로 항거했던 때를 떠올렸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실, 이해받고 싶습니다.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서 자기 이야기만 하는 어떤 사람의 본심은 이해받고자 함입니다. 지하철 안에서 고함을 치는 취객도 실은 이해받고 싶어서 그러는 것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내 이야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상생하기 위해선 나 자신의 말만 해서는 안 됩니다. 타인이 하고자 하는 말의 의도와 맥락, 그 안에 깃든 서사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해理解라는 한자어도 다스릴 이理에 풀 해解가 합쳐진 말입니다. 자기 자신을 다스리며 푼다는 뜻의 한자어로, 타인을 이해함의 중대함과 어려움을 옛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이야기’가 이해의 가교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타인이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 어떻게 자라왔으며, 어떤 슬픔과 소외를 겪었는지, 그 소외를 해결하는 자신만의 방법인지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타인을 조금 더 다채롭게 상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몰이해 대신 이해를, 침묵 대신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솔티미디이어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침묵하는, 우리 시대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취재합니다. 솔티미디어는 소외된 경험이 있는 모두에게 열린 미디어를 지향합니다. 몰이해의 틈바구니 속에서 헤매고 있거나, 헤매어봤거나, 헤맬 예정인 사람 모두가 솔티의 독자이자 인터뷰어 그리고 인터뷰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