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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범 Nov 10. 2024

불안 속에서 피우는 용기

현소영 기후 활동가를 만나다.

현소영은 청년기후긴급행동이라는 조직에서 활동하고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청년을 중심으로 구성된 생태정치공동체다. 2021년 2월, 청년기후긴급행동은 베트남에 석탄발전소를 수출하는 두산중공업의 행위를 규탄하고자 조형물에 스프레이를 뿌렸다. 두산중공업은 이들을 형사고발하고 184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민사소송은 기각됐고, 형사소송은 기후행동팀이 승리했다. 대법원은 "형법상 재물손괴죄를 쉽게 인정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게 될 위험이 있다"며 재물손괴를 인정하지 않았다.


왼쪽) 2023년 민사손해배상 소송 기각 판결 후 오른쪽)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세대간 기후범죄 재판소: 멸종저항> 현장 (사진 청년기후긴급행동 제공)


현소영은 2022년 10월, 청년기후긴급행동의 정식 회원으로 입단했다. 이후 <세대간 기후범죄 재판소: 멸종저항>에서 기후긴급행동팀 발제 기획총괄을 맡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열린 이 프로젝트는 한국과 베트남에 석탄발전소를 건설해 자연과 지역공동체를 훼손한 혐의로 두산과 포스코, 기획재정부를 기소하는 내용을 주로 한다.


현소영은 어쩌다 활동가가 됐을까? 지난 6월, 건대입구역 근처 카페에서 현소영을 만났다.



Q. 사회문제나 기후문제에 어쩌다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


복잡하다. 대학 시절 독서모임을 했다. 나 자신의 문제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단체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면서 나 또한 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픔과 극복의 태피스트리>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서 기후위기의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한 적 있다. 캘리포니아 지역에 산불이 번지는 상황과, 감독의 가족이 암투병하는 상황을 교차하여 상실의 감각을 찾는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고서 기후위기가 실제 나의 개인적 문제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체감했다.



Q. 많은 사람들이 인식만 가지고는 행동하지는 않는 것 같다.


매일 밤 고민한다. '지금 잘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오늘 오전에도 했다. 기후긴급행동팀에 들어오기 전에는 개인적으로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폐플라스틱을 모아 업사이클링 기업에 기부하는 형태로 진행했다. 하지만 무언가 아쉬웠다. '나 하나 변한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나?'라는 근본적 회의감이 들었었다. 하지만 기후긴급행동팀에 들어온 이후로는 말 그대로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됐다. 예컨대 기후위기의 문제가 개개인이 플라스틱을 조금 소비하지 않아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소비자의 인식이 개선되어도 국가와 기업이 지금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떠받친다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도록 부추기는 시스템 하에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Q. 당장 돈벌이를 해야 하는 와중에 기후문제만 걱정하긴 어렵지 않은가. 그런데도 기후문제를 극복하고자 행동에 나선 점이 인상적이다. 이유가 무엇인가?


단체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소위 '투쟁', '활동', '운동'이라 불리는 것들이 당위적으로 뛰어들 수는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지난 몇 년간 다니던 회사에서 잠깐 퇴사를 하고, 다른 공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씩 통장이 '텅장'이 되어가고 있는 것을 마주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다. 사회 운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싶은데, 이를 지속할 만한 경제적 기반이 부족한 경우가 너무나 흔한 상황이다. 몇 개월 열심히 활동하다가 다시 알바를 가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고자 단체 내부에서도 머리를 모아 고민하고 있다. 곧 사회운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만한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Q. 불안한데도 활동을 하는 이유는?


어려운 질문이다. (한참 뜸 들이더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내가 원하지 않는 세상이라 활동하는 것 같다. 나는 연대에 참 약하다. 주위 사람들에게 고민을 공유하는 것이 익숙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데도 연대를 하려 한다. 혼자서는 이 힘든 세상 속에서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스스로를 사회적 약자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스스로가 약자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단지 내가 여자라서 하는 생각이 아니다. 내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 소수라서 약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논리에 그냥 잘 적응하며 사는 사람도 많지 않은가. 그냥 세상이 말하는 대로, 세상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물론 그들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들이 나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기존의 시스템에 잘 적응해서 사는 사람들은 그런대로 잘 적응해서 살면 되지만,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 이 사람들은 사실, 어떤 방식으로든 싸울 수밖에 없다. 싸우지 않으면 "내가 유별나서 그래"라고 생각하고 단념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소수들을 만나 연대하면 다르다. "너도 그런 생각을 했어? 나도 그런데..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아픔이 있네?"라고 생각하여 나와 타인이 지닌 나약함의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럴 때 힘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문제가 사회차원의 문제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Q. 공감한다. 솔티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솔티를 보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건넨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고민과 불안을 지녔다면,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우리가 사는 삶이 엉망진창이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애써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지 않은가. 조금 더 용기 내달라는 말을 건네고 싶다.



Q. 연대가 가능하다 생각하는가?


그렇다. 연대는 거창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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