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견디기 위한 글 EP.004
단톡방에 초대가 됐다. 과거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서 한 번 만나서 술이나 마시자고 연락이 왔다. 나를 생각해서 초대해 준 것도 고마웠고 오랜만의 만남이라 그때는 알았다고 하고 일정을 맞춰 잡았다. 근데 무언가 일자가 다가올수록 모임을 가기가 망설여졌다. 보통 나는 내가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 그 사람과 함께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좋은지 싫은지에 따라 그 모임 또는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데. 그 모임에 참석한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니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텐션들이 높아서 나는 가만히 듣기만 하고 무언가 이야기 주제거리를 꺼내도 시시콜콜한 반응이 주될 것이라 결 자체가 많지 않는달까? 결론적으로 기가 빨리고 나에게는 별 영양가가 없는 모임이었다. 결국에 나는 모임 일주일 전에 참석이 어려울 거 같다고. 다음에 보는 게 좋겠다고 정중하게 이야기하고 단톡방을 나왔다. 그러니까 마음이 너무나 가벼워졌다. 예전 같았으면 그들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결국엔 억지로 꾸역꾸역 모임을 참석했을 텐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내 안의 목소리를 들어줬다.
이 작은 에피소드에서 느꼈던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앞으로 관계에서 내가 에너지를 되도록이면 얻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나 역시 내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할 것. 두 번째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내 안의 진짜 목소리를 무시하고 남에게 끌려다니는 인생을 살지 않을 것.
일자까지 정해놓고 약속을 갑자기 취소해 버리면 개념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그래도 생각해서 불러줬는데 약속을 취소하면 너무 정이 없어 보이는 것 아닐까? 이렇게 남의 시선들이 신경 쓰였지만 결국엔 내 안의 목소리는 "모임에 참석하기가 싫다"였다. 그리고 그 이유는 내가 제일 잘 알았다. 결이 맞고 내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고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만남이 기대가 됐을 것이다.
솔직히 지금까지도 나는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다. 이런 성향 덕분에 눈치도 좀 빠르고 남들을 먼저 살피는 사려 깊은 성격도 있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대부분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나의 목소리를 조금은 죽여왔던 것 같다. 남들이 나를 부정적으로 볼까 그게 염려돼서 남에게 끌려다니고 억지로 맞춰가며 나의 목소리를 비교적 눌러왔던 것 같다. 근데 그건 남을 위한 일이었고 진정 나를 위한 일은 아니었다. 앞으로는 남의 시선에 갇혀 나를 죽이기보다는 내 안의 목소리를 더 들어주고 싶다. 그리고 세상을 좀 더 올바르고 또 현명하게 볼 수 있는 나만의 시선을 좀 더 가꿔나가고 싶다. 내가 올바르게 사고하고 현명한 사람이라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던 내가 하는 행동이 곧 나에게 최선의 정답이기에 보다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