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나는 나를 모르겠다. 나의 진짜 모습과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나의 모습, 그 둘 중에 진짜 나의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에 모임을 시작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일이 많아졌는데 그럴 때마다 같은 고민이 든다. '진짜 내 모습은 뭘까?'
솔직히 나는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다. 그래서 비교적 무던해 보이려고 하고 무리에서 튀는 행동을 잘하지 않는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늘 신경이 쓰인다. 그러다 보니 종종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나의 모습을 위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들을 억누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이미지메이킹을 잘한다고 볼 수 있지만 진짜 나와, 보이고 싶은 나의 모습 간의 차이로 종종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특히 나는 내가 감정적인 사람인지, 이성적인 사람인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 쉽게 MBTI로 빗대어 말하면 F와 T 성향. 나 스스로 느끼기에 나는 꽤 감정적인 사람 같은데 이 감정을 겉으로 표출을 잘하지 않고 감정 관리를 스스로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감수성이 예민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이걸 잘 표출하지 않는다. 본인 기분에 사로잡혀 감정적으로 변하거나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을 선호하지 않아서인지 감정 관리를 잘하려고 늘 노력한다. 그래서 몇몇은 이런 나를 보고 꽤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근데 그것이 싫지는 않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감정을 충분히 잘 느끼되 절제할 수 있고, 감정보다는 이성이 좀 더 앞선 사람'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결국에 내가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이 궁극적으로 내가 지향하는 나의 모습이라면 그리고 그 모습이 싫지 않다면 고민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다. 진짜 나의 모습과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 둘 다 결국엔 나를 구성하는 것들이기에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나를 이해하는데 좀 더 나은 방향이지 아닐까 싶다.
서른이 넘어도 난 아직도 나를 모르겠다. 그래서 여전히 혼란스러운 일들이 많지만 마지막까지 나를 완전히 모른 채로 생을 마감하고 싶기도 하다. 변화무쌍한 삶 속에서 나를 특정한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규정해서 그 안에 나를 가두며 살아가기보다는 좀 더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다. 특정 상황에 따라, 함께하는 사람에 따라 자유롭게 내 형태와 모습을 바꾸며 여전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 채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