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퇴사 후 32살의 아르바이트

by 욱노트

30대에 또다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26살 유니클로 아르바이트를 마지막으로 어언 6년 만이다.


작년 10월 퇴사를 하고 아직까지 구직에 성공하지 못했다. 공고 자체도 많이 없을뿐더러 합격은 하더라도 금방 나오게 될 거 같은 회사도 많았다. 돈이 급해서라기보다는 일상이 무기력하고 공허한 느낌이 커서 아르바이트라도 해보고자 지원을 했고, 정말 감사하게도 화수목 매장 관리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됐다. 퇴사 이후에 여러 아르바이트를 지원하였지만 아무래도 비교적 나이가 있는지라 불합격 통보를 받은 곳도 많았는데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참 감사했다. 사회는 참으로 냉정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근무 첫날, 당연하게도 나는 모든 게 서툴렀다. 오랜만에 느껴본 감정이었다. 처음이었기에 모든 걸 다 물어봐야 했다. 회사에서 3년 간 일하며 그래도 내 노하우를 항상 알려주는 입장에 있었는데 지금은 미숙하고 어리벙벙한 딱 신입 아르바이트생이다. 어리숙한 내 모습에 자괴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누구나 처음은 다 그랬을 것이다. 그래도 무언가 배워나간다는 사실과 점점 일에 익숙해지는 내 모습이 좋았고 나름대로 성취감도 느꼈다. 꽤 오랜만에 느껴본 일에서의 흡족함이었다.


7시간 서서 일하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그나마 꾸준하게 운동을 해왔어서 나름 몸이 잘 버텨주고 있지만 확실히 고되긴 하다. 사무직보다 퇴근했을 때 성취감이 남다르다. 비록 아르바이트지만 너무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다. 일을 할 때 나는 살아있음을 느꼈다. 더불어 쉴 때 더 달콤하게 더 행복하게 쉴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지만 내 일상에 큰 활력을 주었다. 그것이 참 신기하고 감사했다.


30대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20대와는 또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었다. 20대에는 막연하게 돈을 번다는 게 다였다면, 30대에는 나에게 일이란 무엇이고 나에게 좀 더 잘 사는 인생이란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더불어 냉정한 사회의 모습 또한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아르바이트를 하며 계속 구직을 하게 될 것 같지만 과거와 비교했을 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작고 소중한 돈벌이가 있다는 게 행복하다.


지금 이 시점에 아르바이트를 한 사회 경험은 잊지 못할 거 같다. 내 앞으로의 인생에서도 또 일을 대함에 있어서도 값진 교훈을 얻게 됐다. 일단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주 3일만 일하는 이 순간을 잘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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