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쓰는 글

by 욱노트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근데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글을 쓰지 않는 시간엔 아 이 내용으로 글을 써보면 할 이야기가 많겠다. 싶었는데 막상 앉아서 해당 주제로 글을 쓰려니 내용이 영 부실해 보인다. 그래서 한참 고민을 하다가 일단 뭐든 써보자 하는 생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생각을 멈추고 우선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했다. 벌써 네 줄이나 썼다. 일단 뭐라도 쓰기 시작하니 하얗게 비어있던 아득했던 여백이 글자로 하나둘씩 채워진다. 이 글이 어떤 이야기로 흘러갈지 어떻게 완성될지는 쓰고 있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글을 쓰고 있고. 절반은 이룬 셈이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에 생각이 많아졌고, 고민은 깊어졌다. 그래서 시작은 늦어졌다. 그러나 그냥 무작정 쓰기 시작하니 글은 써졌고 숨이 턱 막혔던 빈 공간들은 문장들로 점차 채워져 갔다. 이렇게 무작정 써 내려간 이 글이 과연 좋은 글이 될까? 나 지금 잘 쓰고 있는 걸까?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내 글이 부끄러 전부 지우고 싶어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나는 그냥 단지 쓰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 글을 써 내려가며 느껴졌던 불안과 고민들은 어느새 문장이 되어 나의 글을 지탱하고 있었다. 그리고 돌아보니 나는 꽤 많은 글을 써내려 왔다. 고민과 불안, 방황, 주저 속에서도 그냥 내 글을 써 내려갔다. 묵묵히 써 내려갔다. 이 글이 과연 좋은 글이 될까? 그건 모르겠다. 그러나 이 글엔 내가 담겨있었다. 그거면 됐다. 결국엔 나는 글 하나를 완성했다. 좋은 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나만의 방식대로 글을 썼고 이렇게 완성했으면 된 거다. 그거면 충분하다. 이 글도. 앞으로의 내 인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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