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살 신입 11주 차 : 조금은 무뎌지는 연습

서른두 살 중고신입사원입니다 EP.011

by 욱노트

입사 11주 차가 흘렀다. 시간 참 잘도 간다. 내일은 또다시 월요일. 그리고 팀 보고가 있는 날. 이건 아마 퇴사를 하기 전까지 적응이 되지 않을 거 같다. 보고를 위한 일, 일을 위한 일을 한다는 것이 참 생산성 없다 느껴지긴 하지만 뭐 어쩌겠나. 하라면 하는 거지. 과거에도 여럿 느낀 것이지만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현재가 불안해지고 불만이 생기는 것 같다. 그냥 하면 된다. 일에서 자아실현을 얻기 어려운 구조라면 일 밖에서 찾으면 된다. 가뜩이나 복잡한 세상 좀 더 단순하게.


나는 성향 상 내 주변 환경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 예상치 못한 이슈나 돌발 상황들을 원체 싫어하는 성격이라 미리 사전에 알아보고 계획해서 최대한 사전에 방지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무색해지는 환경이 바로 직장이다. 내가 계획한 일정대로 타 팀에서는 협조가 어렵고, 하루빨리 확정되면 좋을 정보들이 마감 기한 이후로도 확정이 되지 않고, 쉽게 쉽게 넘어가면 되는 일들은 점점 늘어지고. 전혀 통제가 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이것 때문에 20대의 직장생활이 참으로 힘들었다. (물론 지금도 쉽진 않지만) 왜 저렇게 일을 처리하는지. 바로 하면 될 일을 왜 이리 질질 끄는지 등 너무나 답답하고 짜증 나는 일들 투성이었다. 근데 시간이 지나고 느끼게된 것은 여기는 돈을 버는 직장, 즉 특수한 환경이라는 것.


모든 것들이 내 통제하에 착착 진행되면 그것처럼 쉬운 일이 있을까? 그게 안되기 때문에 힘들고 스트레스받는 것이고. 그래서 회사는 나에게 임금을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무뎌진 것 같다. 그리고 일부러 조금 더 무뎌지려고 연습 중이다. 가뜩이나 에너지 소모가 많은 직장에서 엄한 곳에 나의 에너지가 쓰이지 않도록 조금은 무신경하고 될 대로 되어라 하는 마인드. 이것이 내가 직장에서 너무 소진되지 않는 길이 되었다.


다음 주는 월초고 대체로 월 중순부터 말까지 바쁜 시즌이라 내일 팀 보고랑 이것저것 확정되어야 할 11월 마케팅 혜택만 좀 픽스되고 넘기면 좀 여유로울 거 같다. 과연? 아무튼 이번 주도 열심히 그리고 열렬히 버티어내자. 버티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버텨야 될 때 버텨내는 것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인생의 의미, 그리고 일의 의미는 내가 정하기 나름이다.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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