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살 중고신입사원입니다 EP.015
정말 지긋했던 입사 15주 차가 흘렀다. 저번 주에는 평균적으로 10시간씩 일했다. 버텨낸 나 자신 정말 대단해. 행사 운영에 바쁜 것도 많았고. 또 이런저런 일들로 팀장에게 한소리도 들었고. 월말에 일이 몰리는 구조라 너무 정신없었다. 뭐 바쁠 땐 바쁠 수 있다지만 '이렇게 살아야 돼?' 싶을 정도로 일에만 매진했던 한 주였다. 핸드폰 쳐다볼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쁜 건 좀 싫은데 저번주는 일주일 내내 그렇게 일과 시간을 보냈다.
요새 부쩍 드는 생각은 내가 이 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인데. (무언가 갑자기 김부장 드라마가 생각난다) 퇴근하고 나면 에너지가 전부 소진돼서 운동도 겨우 가는데 퇴사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기도 현실적으로 힘들고. 참 어려운 것 같다. 이미 1년 넘게 백수생활을 경험했던 터라 또 막무가내로 퇴사를 저질러버리면 그건 또 그거 나름대로 힘들고 무기력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냥 현재로서는 버티는 것 밖에는 할 것이 없다. 적다 보니 명확해졌는데. 그래 지금은 버티는 시기다. 대안이 없다면 지금을 버티는 일밖에 답이 없다. 그러지 않으면 더 힘들어질 것이기에. 예전에는 '버틴다'라는 말이 참 싫었는데 요새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인생을 좀 염세적으로 보기 시작한 후부터 '삶 = 버티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서 그런지 그냥 참고 힘들어도 버틴다. 약간 슬픈 현실이긴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고 지금을 견디어내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 이롭다고 생각한다.
내일은 또 월요일이고. 팀 보고가 있는 날이고. 행사 리뷰로 또 정신없는 하루가 될 거 같다. 그리고 내일부터 12월이 시작되는데 올해 남은 한 달을 잘 마무리하면서 또 잘 놀면서 보내고 싶은 다소 희망적이고 몽글몽글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연말이라서 그런지 조금은 위안이 되는 느낌이다. 그래, 연말이니까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 보내면서 또 어떻게든 한 달 또 잘 버텨보자. 삶이 힘들어도 이렇게 버티어야 할 이유를 스스로 찾고 다시 일어서는 것. 나에겐 이것이 주요한 삶의 의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