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살 신입 24주 차 :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서른두 살 중고신입사원입니다 EP.024

by 욱노트

오늘 퇴사를 했다. 단순히 후련하다기보단 무언가 씁쓸하고 허무한 감정이 든다. 결국 난 또 이렇게 됐구나 하는 약간의 자책과 함께 퇴사와 동시에 수입이 끊기는 눈앞의 현실에 맞닿드렸다. 예상한 일이었고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퇴사를 선택하겠지만 몇 번 퇴사를 경험해 본 입장에서 그렇게 후련하고 마냥 좋지만은 않다. 분명히 2주만 지나도 무기력함과 함께 불안감의 세기는 점점 커지겠지. 너무 심해지지 않게끔 일상 속 나만의 루틴과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어쨌거나 월요일 보고도 없어졌고 너무나 나를 작아지게 했던 팀장과 팀원이 없으니 숨 쉴 틈이 좀 생긴 것은 확실하다. 매번 그랬지만 후회는 없다. 그때 그때마다 최선의 결정이었고 충분한 고민을 했었기에.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분명 얻어가는 것도 많았다.


입사 24주 차가 흘렀다니, 그래도 꽤 많은 시간을 흘려보냈고 힘든 순간들을 스스로 다독여가면서 충분히 잘 견뎌낸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여러 번의 퇴사를 겪으며 점점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울적해지기도 하지만 그냥 이것 또한 나를 찾는 여정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어지간하면 다녔을 텐데, 버틸 이유와 동기가 없으니 나온 것이고 한쪽 문이 닫혔으니 또 다른 문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 그냥 당분간은 그냥 멀리 보면서 좀 쉬엄쉬엄 인생을 유영하듯이 살아보려고 한다.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고 하는데. 이 방향을 나는 언제쯤 찾을 수 있을까? 마음을 다잡아도 나만 또 유별난 건가 하는 생각과 함께 침울해지기도 하지만. 일단은 지금의 상황을 또 잘 누려보고자 한다.


서른두 살 중고신입사원 연재는 오늘 퇴사를 마지막으로 마치려고 한다. 너무나 힘든 시기가 많았지만 그 시기로 하여금 스스로 느낀 것도 많았고 또 정신적으로도 좀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주 빠짐없이 글을 써나간 내가 대견스럽다. 6개월 가까이 너무나 고생했다. 남부럽지 않게 2월은 그 누구보다 잘 쉬고 잘 먹고 지금을 잘 누려보자.


*지금까지 제 직장생활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보다 더 담백하고 저 다운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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