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살 신입 23주 차 : 퇴사 D-5

서른두 살 중고신입사원입니다 EP.023

by 욱노트

입사 23주 차가 흘렀다. 그리고 퇴사까지 5일 남았다. 퇴사 통보한 이래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으나 동시에 이유 모를 불안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후련한 마음이 더 크다. 버틸 만큼 버텼고 충분히 노력했다. 여기서 더 버티어야 하는 이유를 나는 찾지 못했다. 내가 좀 덜 고통스러운 길을 선택했다. 선택에 후회는 없다. 퇴사를 한다고 모든 걱정과 스트레스가 한 번에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잘 안다. 그냥 좀 더 재정비해서 다음 도약을 준비하려고 한다. 일단 당분간 여행도 다녀오고 오전에 한적한 카페도 가면서 인생을 좀 더 즐기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쓰고, 또 공부도 하면서 그렇게 일상을 보내보려고 한다.


퇴사를 통보한 이후로 괜스레 내가 죄진 사람처럼 느껴진다. 약간 적응 못해서 결국 퇴사를 하는 느낌이 든달까? 회사를 다니다 보면 너무나 압박감이 크게 느껴졌는데 회사의 구조와 관리자의 영향이 크다고 느꼈다. 이 회사가 첫 회사가 아니기에 나의 문제는 아닌 것을 잘 안다. 환경 탓으로 돌리고 싶진 않지만 그냥 함께 일하는 사람과 팀 업무 환경이 나랑 맞지 않았다. 직전 회사에서도 사람 때문에 힘들었는데 연달아 회사에서 이런 문제들을 겪으니 나에게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 생각은 되도록이면 하지 않으려고 하고 그냥 나랑 맞지 않는 회사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회사도 사람과 맺는 관계와 비슷하게 너무나 좋은 사람인데 같이 있으면 무언가 불편하고 진짜 내 모습이 나오지 않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이 회사가 내게 그랬다.


남아있는 한 주 동안은 뭐 퇴사한다고 일을 안 하는 것은 아니기에. 어김없이 월요일 보고도 있고. (마지막이라 너무 좋다, 6개월 간 내 월요병 지분에 엄청난 비중을 차지했던) 이런저런 업무들을 쳐내고 퇴사 준비를 해보려고 한다. 23년 11월 정규직 첫 퇴사를 시작으로. 24년 10월 정규직 두 번째 퇴사, 26년 1월 계약직 퇴사까지. 빈번한 퇴사로 나 자신에 대한 회의감과 무력함이 들긴 하지만 선택의 순간마다 나는 내 삶을 좀 더 잘 살고 싶은 욕망이 너무나 컸었고 충분한 고민을 거쳤기에 후회는 없다. 과정 과정마다 느낀 생각과 경험들은 나를 더 나답게, 그리고 더 깊어지게 만들어줬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퇴사 주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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