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살 중고신입사원입니다 EP.022
입사 22주 차가 흘렀고. 오늘은 18일이니 내일이면 딱 입사 5개월이 된다. 그러나 저번 주에 퇴사 통보를 했다. 그렇게 결정이 됐다. 여러모로 여기서 버티는 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이 됐다. 그리고 업무 분위기와 환경 자체도 나를 너무 소진시키는 구조였다. 업무를 할 때 커뮤니케이션도 잘하고 자신감이 없는 스타일이 아닌데 여기서는 계속 작아지고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는 나의 모습이 느껴졌다. 이유가 뭔진 모르겠으나 팀장 업무 스타일도 그렇고 너무나 심한 마이크로 매니징에 이래도 혼나고 저래도 혼나는, 나를 불신하는 느낌이 든달까. 뭐랄까 그냥 꼭두각시 같달까. 2주 전에 업무적으로 너무나 스트레스받으면서 그때 스위치가 켜진 거 같다. 아 여기서는 안 되겠다. 버티는 것이 의미가 있다면 모를까. 업무적으로 나아질 게 하나 없었고 2월, 3월은 더 힘들 것이 예상돼서 그만두었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한번 아니라고 생각이 드니까 계속 스트레스받고 퇴사 욕구를 누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결정이 됐다.
퇴사에 관한 이야기는 꼭지가 또 크기에 따로 빼서 기록을 해보려고 한다. 여러 번의 퇴사를 경험하며 또 내가 부적응자인가 싶은 생각이 조금 들긴 하나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충분히 노력했고. 버티어냈고. 도저히 버틸 수 없다고 생각돼서 선택했고. 퇴사를 하고 난 이후의 삶도 어떨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보다 덜 고통스러운 길을 택한 것뿐이다. 입사 4개월 차까지는 그래도. 그래도 버틸만했는데. 최근 일련의 사례를 겪으며 그 스위치가 켜진 것 같다.
우선 1월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제안을 한 상황인데, 가능한 맞춰줄 것 같다. 이미 통보를 한 이상 회사를 다니는 게 더 싫어졌기 때문에. 빨리 마무리하고 그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싶다. 그다음 스텝이라면 준비된 건 없다. 벌써부터 막막하고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하지만 우선은 잘 마무리하고 새롭게 다시 또 찾아보려고 한다. 늘 그래왔듯 길은 있고 살려면 다 살아지더라. 앞으로 2주 남았다. 떠난 곳에 낙원은 없다지만. 떠나는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겐 낙원이다.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지난 2주였기에 통보를 한 이후 비로소 좀 웃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