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안에서 '의도된 공백'이 필요한 이유

by 욱노트

요즘 호감을 가지고 연락하는 사람이 있다. 안 지는 2주 정도 됐고 곧 만남을 앞두고 있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 사람과의 연락 템포와 삶의 리듬이 꽤나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고 관계에서 뭔가 모르게 안정감을 얻고 있다. 그래서 느낌이 좋다.


이번 관계를 통해 느낀 것은 연락의 빈도가 아닌 연락의 밀도만으로도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과거에 사실 난 연락에 집착하는 스타일이었다. 조금이라도 연락이 늦어지면 불안했고, 연락 텀이 너무 길어지면 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식은 것으로 이해하고 서운함이 밀려왔다. 그때 당시 나의 자존감 또한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사실 총체적 난국이었다. (나의 전 연인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이런 일련의 경험과 교훈으로 관계를 대하는 나의 태도도 점차 바뀌었는데 그중 하나는 관계 안에서 '의도된 공백'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것은 밀당이랑은 다르다.


말 그대로 관계에 공백을 넣어, 의도된 쉼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과거에는 연인과 하루 종일 연락을 했다면 지금은 서로 일을 할 때, 혹은 본인이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가질 때에는 연락을 잠시 멈춘다. 사적인 그의 시간과 나의 시간을 서로 존중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법을 배운 것이다. 나의 경우 이렇게 하니 연인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소중해지고 서로에게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게 가능한 전제는, 비슷하게 독립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특히 난 사람을 대할 때 사용하는 에너지가 큰 편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관계에 쉼을 주는 이런 방식이 꽤나 잘 맞았다. 예전과 다르게 사람이 쉽게 질리지 않는다고 할까?


관계를 흔히 식물에 물을 주는 것으로 비유하곤 하는데 맞다고 생각한다. 지나친 관심으로 물을 너무 자주 주면 죽고, 반대로 물을 또 주지 않으면 죽는다. 적당한 물 공급이 될 때 식물은 무럭무럭 잘 자란다. 관계도 그런 것 같다. 장기적이고 안정된 관계를 위해서는 적당한 관심과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이것이 사랑이라는 감정과 엮이면 쉽게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관심과 감정이 과하면 그 사람의 매력은 떨어지고 상대는 부담을 느낀다. 그러니 우리는 좋아하는 감정이 상대에게 과하지 않게 전달될 수 있도록 다듬어야 하며 너무 관계가 가까워졌다고 판단이 되면 잠깐 뒤로 물러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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