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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크 Mar 10. 2024

별거 아닌데 별거인..

공부는 할수록 좋다. 

컴퓨터그래픽을 하는데 흔히 사람들이 아는 3d 시뮬레이션 작업을 한다. 

우리의 도구는 주로 마우스다. 

3d로 시뮬레이션을 만든 후 랜더링을 하고 포토샵으로 불러와서 후보정으로 리터칭을 한다.

한데 마우스를 던지고 싶었던 계기가 있었다.  디지털 펜과 타블렛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였다.  


프로들의 터치가 훨씬 부드럽고 그림다운 그림으로 보였는데 나의 작업물은 그분들에 비해 인위적인 맛이 보였다.  나는 그분들에게 타블렛을 쓰면 좋은점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마우스보다 좋다고 하는데 당시의 내 수준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어볼 사람들은 없고 동료에게 물어보면 다들 쓰지를 않으니까 아는 사람들도 없었다. 

있었다 해도 다들 타블렛을 쓰다가 중도 포기자가 있어서 그들은 단점들을 나열하기만 했다. 


그래도 나는 욕심을 내서 판타블렛을 턱하니 사다 책상에 비치했다. 

이따금 써보면서 언제 이게 익숙해질까 항상 의문이 들었지만.. 


작업을 할때 우리는 마우스로 현란하게 편집을 한다. 

그런데 매년 디자인은 점점 감성 한 스푼을 요구하기 시작하는데 느낌이란게 참 묘하게 만들어 내기 어렵다. 


포토샵으로 편집을 하고 느낌을 낸다해도 소스를 만들어야 하고 사진을 오리고 중첩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한다. 굉장히 번거롭고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 문득  '내가 한번에 드로잉하면 그럴듯하는데 왜 굳이 완전체를 만들려고 했을까? '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한 장의 그림으로 보여줘야 한다면 착시나 그럴듯한 속임수가 고수들의 표현이라 생각이 들었다. 리얼리즘은 이미 사진이 보여주고 있으니까 사람들은 아무리 편리한 디지털세상이라고 해도 결국은 느낌과 감성이 있는 작품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내가 똑같은 사물을 완전히 똑같이 그린다하더라도 눈꼽만큼만 보이면 그걸 그리기 위해 매달렸던 시간이 너무 아까운것이다.  똑같은 그림스타일에 똑같은 분위기라면 내 그림이 다른 작품들보다 더 돋보여야한다. 터치 한번에 화룡점정을 찍어낼수만 있다면 손드로잉을 배우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디지털드로잉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낼 수도 없고 오프라인은 비용도 비싸서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독학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드로잉 유투버가 하는 피드백수업을 수업료를 내고 온라인으로 일 년을 진행했다. 역시 주변 동료들에게 추천한다고 알렸지만 드로잉의 세계는 워낙 넓고 자기 분야가 아니면 관심을 두는 이는 없다. 


그렇게 일년을 드로잉을 하면서 기초 미술을 밟았다.

학교에서 배운 투시도와 스케치는 미대에서 배우는 투시도와 스케치가 좀 차이가 있다고 할까?


그런데 타블렛으로 그림을 그림을 그리는게 어설펐던 내 손이 갑자기 자연스럽게 연필 잡듯이 내것처럼 다가왔다. 한번 터득한 이치가 내 모든 가지고 있던 지식들을 총동원하여 서로 융합을 하고자 한 것이다. 


타블렛으로 그림을 그리면 좋은점은 필압이었고 

나무를 그리든, 사람을 그리든 선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흩어지고 진해지고를 내가 원하는대로 진행할수 있다는 점이다. 이 하나의 진리를 깨닫기위해 수많은 프로들이 설명을 해줬음에도 내것이 되지를 못하였다.


몇번을 써봐도 터득하기 어렵다. 아주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한다. 돌이켜보면 일년이란 시간은 타블렛과 드로잉으로 씨름한 인고의 시간이었다. 


이제는 타블렛으로 작업을 하지만 이 한가지 성취감으로 나는 또 다른 문을 열기위해 걸어갈 수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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