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피는 꽃 1
옛날 속담에 "벚나무 끊는 바보, 매화나무 안 끊는 바보"라는 말이 있다.
매실나무는 가지를 잘라서 모양을 다듬어 수형을 만들어내는 반면 벚나무는 가지치기를 하면 그 자리가 썩게 된다고 한다.
매년 2~3월 가지마다 흰색의 꽃을 피우며, 열매는 5월 말에서 6월 초면 딸 수 있다. 열매를 딸 때는 보통 누렇게 익기 전에 푸를 때 따야 한다. 열매 맛은 몹시 시고 떫기 때문에 바로 먹지 않는다. 장아찌나 청을 만들어서 여름에는 차로 마실 땐 배탈이 나지 않고 더위를 타지 않아 좋다.
매실나무는 우리나라 전국 어디서든 잘 견딜 수 있는 고마운 나무다. 추위도 버티고 가뭄에도 잘 견디기 때문에 이렇게 이로운 나무가 아닐 수 없다.
기후 변화로 개화시기가 다소 차이가 있으나 올해는 3월 중순까지는 만개한 매화를 볼 수 있었다.
사람이 몰리면 몰리는 대로 일정이 바쁘면 바쁜 대로 무심코 지나간 꽃들의 소식을 올해도 나는 여전히 지나쳐서 볼 수 없었고 매우 아쉬웠다.
그러던 중 바쁜 틈에 잠깐 한숨 돌리고자 군산에 지난 주말에 나들이로 다녀왔다. 은파호수공원이라는 아주 큰 대형 호수를 둘러싼 둘레길은 무려 9킬로미터가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와 일행은 가다 지쳐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저항과 싸우느라 좀 더 걷는 것을 포기했다. 그때 새초롬하게 만개한 매화나무가 잠시 내 발길을 멈추게 하고 순간 봄의 향기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조선의 선비들은 이 예쁜 꽃에 찬사가 입에 침이 마르지 않다. 온갖 좋은 말은 다 가져다 붙였다. 그렇지만 이해가 간다. 몹시 추운 겨울에 하얗게 피어오른 고매한 꽃이 역경을 딛고 지조를 지키는 것처럼 보이니까 선비에 비유하면서 얼마나 닮고 싶었을까?
아마도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닮아가려는 정신은 가히 본받을만하다. 매서운 추위에 매화를 보고 있으니 그 추위가 잠시 잊은 듯하다.
그래도 꽃구경도 잠시 돌아가는 길에 포차에서 해물파전과 막걸리가 강추위를 막아주었다. 꽃도 보고 배도 부르니 이만한 나들이도 나름 선방한 게 아닌가 싶다.
구례 화엄사, 강릉 오죽헌, 순천 선암사, 장성 백양사 등 4대 매화를 비록 볼 수 없었지만 아마도 평생에 한 번은 꼭 이중에 한 곳은 매화를 보리라 마음을 다시 잡아본다.
봄에 피는 꽃들 시작은 매화가 우선 소식을 알렸다면 오늘 아침 집 앞 공원을 산책을 가는데 목련이 꽃망울을 터트렸고 벚나무도 하얀 꽃들이 제법 올라왔다.
보통은 개화 시기가 다르지만 매화, 산수유가 피고 나면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 순으로 개화를 한다. 태어나면서 나고 자란 이 땅에서 늘 보고 자라왔지만 어느 정도 규칙성을 지니고 변함없이 이대로 있어주면 좋으련만 기후변화가 얼마나 생태계의 교란을 불러올지 이제 앞으로 예상을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이제는 마음껏 구경을 해야 하지 않을까? 언제 어떤 변화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르는 미래는 한없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