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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크 Nov 05. 2024

과정을 즐긴다는 것

산다는 건 무엇일까? 

수영중에 자유형이라는 것이 있다. freestyle이라는 자유형은 오랜 역사를 통해 오늘 같은 형태로

더 빠르고,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발전했다. 


자유형을 배울 때  물에 뜨기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지만 우리는 크나큰 착각을 한다. 그다음이 쉽다고 생각하고 막상 물이 무겁다는 것을 느끼면서 또 한 번 수영의 벽에 부딪힌다. 그리고 속출하는 지각과 결석 급기야 포기하게 된다. 당연하다. 앞날이 상상이 되지 않고 그 과정은 무지 지루하니까 견딜 수 없는 것이다.

만에 하나 누군가 지속적으로 수영을 등록해서 꾸준히 다니고 있다면 그 사람은 내 주변에 몇 안 되는 정말 대단한 사람임은 틀림없다. 칭찬해줘야 한다. 



나 역시 수영에 입문하고 그만두기를 몇 번이었던가? 분명 나에게도 수영은 정말 잘 맞는 운동이었지만 

본의 아니게 그만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수영은 미련의 끝판왕이어서 항상 나는 수영이 지나간 뒷모습을 쫓아가곤 했다. 


등록해야지... 등록해야지... 하다가 어느 날 드디어 나는 큰 결심을 하고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다시 등록을 한다. 이제는 오래 다녀야 할 텐데 하고 확신하지 못한 마음을 가진채말이다. 



그런데 그전에 경험을 몇 번을 했다고 주눅 들었던 내가 아니었다. 초보들 앞에선 경험이 있는 초보였으니까 

남들보다 더 수월하게 강습을 받는 우월함이 생겼다. 마치 나는 수영천재로 태어난 사람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 우월한 마음 때문에 수영을 계속 다니고 싶은 열망이 지속되기도 했다. 더구나 이때는 유튜브 덕분에 선수들의 동작을 마음껏 이지미 트레이닝을 할 수 있었다.


넌 수영에 미쳤구나? 사람들 말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물이 너무 무거워서 지치기 일쑤인 나는 남들처럼 오래오래 자유형을 구사하고 싶었다. 


우리는 초보때는 맛보기를 보여준다. 

우선 "자유형은 이렇게 하는 거예요" 하는 큰 덩어리를 알려준다. 


(그림설명 : 선생님, 수영 이케해요?)




우리는 한 달 만에 물에 뜨고 자유형을 얼추 흉내를 낸다. 그리고 큰 희열감에 다음 영법도 교차로 배우게 된다.

배영은 아마 대부분은 물에 잘 뜨게 될 것이다. 그러나 평영에서 많이들 고꾸라진다. 접영 역시 많이들 힘들어한다. 그런데 꾸준히 다니다 보면 평영도 흉내 내고 접영도 흉내 낼 수 있다. 이것은 1-2년 만에도 가능하다. 


강습으로 부지런히 다니면서 강사는 여전히 무언가를 알려주지만 우리는 생각 없이 따르다가 대충 흉내만 낸다. 계속 지속된다. 어느 정도 반에 올라가면 이제는 다음 등급으로 올라갈 수가 없다.  강습으로의 한계치가 다다랐기 때문이다.



다시, 과정을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목표는 있어야 한다.


목표 : 완성도 있는 수영 즉 내가 자유형만으로도 오래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지치지 않아야 한다. 

둘째 속도가 어느 정도는 나와야 한다.

셋째 체력이 되어야 한다. 

넷째 다치지 말아야 한다.



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몇 년째 두세 바퀴 돌면 숨차고 물이 무겁다. 수영을 다닌 지 3년이 넘었다. 무슨 문제일까? 


강사가 알려준 것들을 하나씩 생각하면서 수영 전문 동호회가 있는 온라인에 가입을 한다. 

글을 읽어보고 정리하면서 자유수영시간에 틈틈이 연습을 하기로 한다. 


먼저 킥판 들고 발차기를 세게 한다. 내 힘을 모두 쏟아낼 때까지,

그리고 킥판을 들고 옆으로 발차기를 한다. 배에 힘주고 지치지만 참아내면서.

킥판을 가랑이사이에 끼우고 자유형을 한다. 이럴 때 뒤집어지지 않도록 배에 힘을 주면서 어깨 회전을 유연하게 하면서 중심을 잡고 수영한다. 


한번 수영장 갈 때마다 속으로 생각한다. 오늘은 이것만 연습하고 간다. 낼은 다른 것을 해야지 하고. 


과정을 지루하지 않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지금 김연아와 박태환이야. 


지금 어떤 기분이세요? 안 힘든가요? 

-무슨 생각은요, 그냥 하는 거죠. 


스스로를 로봇화 한다. 로봇은 생각이 없다. 그냥 스위치온을 켜면 작동한다. 

내가 수영장에 가서 부분연습을 하는 것은 지금 나 자신이 로봇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를 연습하기 위한 동기는 싹 다 죽이고 스스로를 기계화했다. 그러니까 가기 싫은 날도 가게 되었다. 


그렇게 연습을 했더니 순식간에 말도 안 될 정도로 수영실력이 빠르게 올라갔다. 이 쾌감은 그 과정을 겪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과정이 힘들고 지쳐하지 않고 그저 그 과정을 즐기려고 노력했다. 

아 오늘 수영 끝! 이렇게 심플하게 생각하고 말이다.



다시 자유형을 잘하려면...

처음 초보때 한두 달 만에 자유형을 대충 흉내 내고 자유형이라는 것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진정한 자유형이 아니다. 바다에 던져져서 내 몸하나 가 물에 떠 있는 체력과 지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가려면 유선형 몸이 되고 몸통에 힘이 붙어야 한다. 

다시 말해 머리, 어깨, 팔, 몸통, 허벅지, 다리 이 모두가 함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서 물의 저항을 줄이고 힘차게 지치지 않고 오래 나가게 한다. 


대부분은 부분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해 팔로 가는 자유형, 힘수영을 하면서 초반에 힘을 다 빼버린다. 그리고 지쳐서 금방 포기하게 된다. 그래도 꾸준히 다녀서 겨우 고급반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그 이상을 뛰어넘지 못하고 고급반에서 몇 년을 정착하게 된다. 언제가 자동으로 연수반에 올라가게 되길 바라면서. 

연수반에 왔다 하더라도 이제는 반이 무의미해진다. 왜냐하면 고급반과 연수반의 실력은 크게 차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반에 왔다고 우쭐될 수가 없다. 여전히 미진하기 때문이다. 수영을 제대로운동으로 즐기는 사람들은 몇 안되기 때문이다. 


너는 어쩜 수영을 잘해? 사람들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다. 

나는 아마추어에서도 수준이 한참 떨어진 지만 (급겸손), 내가 다니는 수영 반에서는 체력이 좋아 보이니까 자주 듣는 질문이다. 그런데 체력이 좋아진 게 아니고 아마 수영 기술이 늘어서인데 대부분 내 체력이 너무 좋아서 수영을 잘하는 걸로 알고 있어서 참으로 답답할 때가 있다. 물론 체력도 좋아지긴 하지만 체력 좋다고 힘수영했다간 바로 부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무엇이든 복합적으로 생각을 해야 한다. 


수영을 잘 하는 비결은 

'그야.. 자유수영 때 부분연습을 했으니까, 한 동작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했으니까, 그냥 just do it 했으니까..'


결국엔 과정의 패턴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유형의 원리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스스로 깨닫게 되면서 각 몸의 역할들이 조화롭게 실행하면서 유기적으로 물을 이겨내게 된다. 


과정 중에 나와 함께하는 페이스메이커는 없다. 그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이 길을 걷는다면 나 자신밖에 없기 때문에 나를 온전히 믿어야 한다. 



수영 외에도 먼저 다른 분야로 성취감을 느낀 사람이 있다면 이런 기분이겠다 싶다. 글쓰기등 어떤 목표를 향해 가기 위해 과정은 필수다. 쉽게 가는 길은 없고 끝은 알 수 없기에 스트레스받을 필요가 없다. 


때로는 과정 속에서 목표가 수정되기도 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목적론적 행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부동산이든 학위든 승진이든 그것이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과정을 즐기는 것 자체가 사실은 작은 성취감이 주는 큰 행복일 수도 있다는 것을, 어쩌면 인생의 여정에 비록 그 끝은 알 수 없고 길다면 길고 지루하다면 지루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생각보다는 지금 내가 현시점에서 하는 과정에서 즐기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물론 과정을 잘 달리다 보면 목표는 이룰 가능성이 크다. 


스피노자가 지구는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처럼 

오늘 하루하루를 과정 속에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후회 없는 삶이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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