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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녀들의 집

세 여자

by 바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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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자 이야기


빨강, 초록, 보라라는 여성들이 있다. 모두 20대에 일찍 결혼을 했다.

약 20~30여 년의 결혼생활을 거친 그녀들은 오늘날까지 결혼을 유지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글은 그들의 결혼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물론, 단 몇 문장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압축하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 생략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삶의 정답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각자의 경험과 선택을 통해 ‘삶이란 각자의 답안대로 살아가는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그녀들의 인생을 중간 점검해보고자 한다.



여기서 “초록”은 이야기의 주인공, 행복한 우리 집의 주인공인 보미로 설정되었다.

그녀들은 각자 나이는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에 당시 사회적 통념과 관습에 따라 결혼생활을 시작했기에 하나의 무리로 엮였다.



빨강의 이야기

빨강은 결혼 후 주말부부로 살게 되었다. 첫 아이를 낳고 주말에만 집에 오는 남편을 두고 살림과 직장을 병행하며 육아까지 해야 하는 험난한 나날을 보냈다. 결국 그녀는 친정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어머니는 빨강의 집으로 들어와 가사와 육아를 도왔다. 그로 인해 친정아버지는 갑작스레 주말부부 신세가 되었다. 빨강은 어머니의 도움으로 둘째를 낳았고, 결혼생활 18년 동안 주말부부로 지내며 친정어머니의 노동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남편이 빨강의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게 되자, 결혼 18년 만에 친정어머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녀는 빨강에게 매달 월급과 신용카드를 받아 생활했다. 빨강의 경제활동 덕분에 친정어머니도 급여를 받는 노동자로 여생을 보낼 수 있었지만, 사위가 본가로 들어오게 되면서 더 이상 일하는 대가를 받지 못해 아쉬워했다.

빨강은 남편과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 회사에서 승진했고, 남편의 월급을 절약해 재테크에도 성공했다. 그녀는 가사노동과 육아노동에서 약 80% 해방되었고, 출근 전 어머니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한 시간가량 풀 메이크업과 헤어, 의상 준비에 시간을 쓸 수 있었다. 그렇게 빨강은 멋진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이미지를 연출하며 열심히 일했고, 집에 돌아오면 깔끔하게 정돈된 집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며 시간을 보냈다.

주말에 남편이 돌아오면 부부는 함께 대청소를 하고, 빨강은 맛있는 요리를 준비하며, 함께 마트 나들이를 갔다. 이러한 주말 활동은 가족 간의 결속력을 다졌다. 빨강이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가사노동에서 해방된 점. 둘째, 육아노동에서 해방된 점. 셋째, 주말부부로서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점이다.



보라의 이야기

보라는 결혼을 ‘사업’이라고 여겼다. 그녀가 자라던 시대에는 남녀차별이 심했고, 결혼하면 현모양처가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보라는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기 위해 남편의 능력에 집중했다. 신랑감을 고르는 데 열심이었던 그녀는 결국 ‘사모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진 남편을 선택해 결혼했다.

결혼 후 보라는 밥을 하는 것을 싫어했다. 남편은 신혼의 단꿈 속에서 밥상을 차려주는 아내를 상상했지만, 그 꿈은 결혼 후 곧바로 깨졌다. 보라는 친정의 지원 덕분에 부부싸움 후에도 친정으로 돌아가며 자신의 자존심을 지켰다.

두 사람은 서로 너무 잘났기에 상대에게 무시당하는 것을 싫어했고, 자존심을 내세웠다. 그러나 결국 남편이 먼저 바람을 피웠고, 보라는 이를 알면서도 이혼하지 않았다. 그녀는 “최소 10억을 만든 후 이혼하겠다”는 결심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40평대 아파트의 가사노동은 도우미를 통해 해결했고, 그녀는 학업에 전념했다. 두 아이를 기숙학교에 보내며 아이들에게는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그녀는 택지개발이 진행된 지역에 아파트를 분양받고, 남편과 각자 집을 마련하며 가사와 육아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 보라는 남편의 재정 지원으로 박사 학위를 마쳤고, 결국 지방의 사립대 교수가 되었다. 이후 수도권 시간강사로 경력을 이어가며 더 높은 지위를 향해 나아갔다.



초록의 이야기

초록은 가난한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을 선택했다. 그녀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결혼했고, 남편은 결혼 한 달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선언했다. 초록은 그의 도전을 지지했지만, 결혼은 함부로 선택할 일이 아님을 곧 깨달았다.

초록의 남편은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았지만, 타인을 책임질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가부장제의 유리한 점만을 골라 초록에게 가사와 양육을 떠넘겼다. 초록은 사회적 활동과 자아실현의 욕망을 억누르며 아이들이 자랄 때까지 모든 시간을 희생했다.

금융위기가 닥쳐 남편의 사업이 흔들리자 초록은 사진관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일자리를 구했다. 하지만 여전히 남편은 초록에게 “나만큼 돈을 벌어오면 가사노동을 분담하겠다”고 말했다. 초록은 작은 회사에 다니며 아이들을 돌봤고, 결국 남편의 회사로 들어가 함께 일하게 되었다.

20년 후, 초록은 작은 회사의 대표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책을 통해 주체적인 삶의 중요성을 깨달았지만, 여전히 삶은 고단하다. 그러나 이제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아가고 있다.


초록의 결혼 생활은 고단했고, 삶은 여전히 힘겹다. 그러나 초록은 이제 더 이상 완벽한 집안일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녀는 집이 지저분해도 그냥 그렇게 살기로 했다. 밥은 대충 때우고, 청소는 주말에 몰아서 하고, 빨래는 개지 않는 새로운 규칙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빨강은 초록에게 말했다.

“나는 그렇게 못 살아. 왜 그렇게 살아? 나는 더러운 거 못 참아!”

보라는 초록에게 말했다.

“그냥 도우미를 쓰면 되잖아. 돈 쓰고 해방되는 게 낫지 않아?”

초록은 계산기를 두드려보았다. 남편은 본인이 쓰는 돈이 많고, 그만큼 써야 한다고 여겼다. 초록은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이 이재용이라도 돼? 뭐길래 그렇게 쓰는 거야?”

남편은 반격했다.

“너도 꽤 많이 쓰잖아!”


그럴 때마다 초록은 답답한 마음에 가슴을 쳤다. 돈은 줄줄 새는데도, 초록이 아껴야만 이 집이 유지되었다. 결국 초록은 더러운 환경을 감수하고, 지저분한 집에서 살기로 선택했다.





얼마 전, 초록은 **「보이지 않는 여성」**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은 초록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다.

“가사노동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 여성의 자유와 꿈을 제한하는 족쇄다.”

책에서는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부터 현대까지 가사노동이 얼마나 여성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구조화되었는지 설명하고 있었다. 특히 결혼 후 남성은 가사노동 시간에서 해방되거나 줄어드는 반면, 여성은 남성의 몫까지 떠안는 일이 통계적으로 증명되었다.

지구단위 개발을 한때 토지 이용계획은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으로 세분된다. 여기서 남성들은 주거지역이 여가공간으로 생각하고 출퇴근은 상업지역으로 집으로 돌아올 때는 주거지역으로 퇴근한다.

남성들이 주거공간이 여가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철저히 남성위주의 통계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결혼이나 동거 후에 가사노동시간이 줄어들거나 0 아래인 마이너스로 떨어진다.

반면 여성들은 동거나 결혼을 하게 되면 남성의 분량까지 함께 가사노동을 처리해야하기때문에 여성들은 주거공간이 노동의 공간이지 여가공간이 될 수없다.

또한 중산층이상의 부유한 부부에서도 남성의 가사노동은 여전히 0이거나 마이너스 인데 가사도우미를 쓰기 때문에 돈으로 해결할 뿐 남성의 본래 통계에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초록은 깨달았다.

“나는 노동이 아니라 희생을 하고 있었다.”

초록은 책을 통해, 과도한 가사노동이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다. 하루 평균 3시간의 가사노동은 여성의 몸과 마음에 큰 부담을 준다. 이는 남성도 마찬가지로 하루 3시간의 추가 노동을 한다면 비슷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점에서 공평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가사노동을 기꺼이 감당했던 주부들이 많았지만, 오늘날 맞벌이가 일상화된 시대에 여성이 여전히 가사노동을 전담한다면, 만성 스트레스와 피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건강을 해치게 된다.




마무리를 하며...



초록은 이제 와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생각한다.

“가장 좋은 팔자는 부모복이 있는 사람이다.”

빨강과 보라는 부모의 지원 덕분에 초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삶을 꾸려갈 수 있었다. 빨강은 친정어머니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가사와 육아에서 벗어나 사회적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 보라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친정을 기반으로 학업과 커리어를 지속할 수 있었다. 정서적 안정과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어떤 위기 속에서도 스스로를 믿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반면 초록은 부모에게 기댈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 가난한 집에서 벗어나고자 스스로 선택한 결혼은 그녀의 기대와 달리 많은 고난을 안겼다. 초록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남편의 부족한 책임감을 대신하며 삶을 유지해야 했다.


그러나 초록은 이제 깨닫는다.

“부모복이 없다면, 결국 스스로 내 삶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주눅 들지 말고, 나를 믿고 나아가야 한다.”


초록은 빨강과 보라의 삶을 바라보며 깨달았다. 각자의 인생에는 각자의 방식이 있으며, 누구의 삶도 완벽하지 않다. 주말부부, 졸혼, 비혼, 입양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하며, 각각의 방식에는 그들만의 이유와 방식이 있다.

초록은 이제 남편과 타협하며 현실적인 방식을 선택했다. 집안이 지저분해도, 끼니때 모두가 모이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에 여유를 찾고, 스스로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팔자는 부모복이다. 하지만 그것이 없다면, 나 자신을 믿고, 내 방식대로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

빨강은 친정어머니의 도움으로 완벽한 가정을 이루었고, 보라는 남편의 재정적 지원으로 주체적인 성공을 이루었다. 초록은 부모복도 남편의 협조도 부족했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다시 설계하고 있다.

삶은 정답을 찾는 여정이 아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각자의 답을 찾는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정의하는 것이다.

빨강, 보라, 초록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삶이 단순히 누군가에게 주어진 환경이나 조건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는 부모복을, 누군가는 배우자의 지원을, 또 누군가는 스스로의 선택과 노력을 통해 자신의 길을 만들어간다.



이제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 답을 써내려 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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