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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 부활

SECOND CHANCE

by 숲속다리

다니던 대학을 중간에 그만두고, 다른 대학으로 옮겨 전공을 바꾸는 일이 이곳에선 흔한 일이다. 대학 입학 후 혹은 직장에 취직한 후, 생각이 바뀌거나 기대와 다르면 기꺼이 다른 길을 찾는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 입학한 대학을 휴학 한번 없이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하고 그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대학을 졸업한 뒤, 전공을 바꿔 전문대에 다시 입학하거나, 대학 졸업 후에 전공과 다른 쪽의 직장에 취직한 후, 일하면서 그 직장과 관련된 학점을 오랜 기간 동안 아주 조금씩 취득해, 새로운 전공의 대학 졸업장을 얻는다. 이런 일이 전혀 이상하거나 흠이 되지 않는 세상이다. 처음에 자신이 선택한 길이 잘 못 되었다고 판단되면, 기꺼이 다른 길로 방향을 틀 수 있고, 그런 방향전환을 이곳에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대학을 졸업한 후 일이 적성에 맞지 않자, 차라리 자신을 적성을 찾을 때까지 카페에서 알바로 일을 하다가, 그 카페가 우연히 대형 회사가 운영하는 매장 안에 입점하게 되고, 그 매장 안 카페에서 일을 계속하다가, 그 매장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것 같아, 그 매장에서 일을 하게 되고, 결국 승진하여 그 대형 회사 본부에서 일하게 된 경우도 있다. 그 사람의 학력, 나이, 성별이 중요하지 않다. 어떤 경험과 능력을 가졌느냐가 중요하다. 당장 데려와서 일을 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니, 가능하면 내부에서 우선적으로 사람들을 뽑으려 하고, 그 매장 일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잘 아는 사람을 뽑고, 그 사람이 일을 잘하니, 본사로 데려간 것이다.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기회가 올지 모르니,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


만약 어떤 집단이 모두 비슷한 배경, 비슷한 학교와 학력,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그 집단은 변화하고 발전하기보다, 끼리끼리 뭉치고 안주할 경향이 많다. 또한, 새로운 사람들을 배타적으로 대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으면, 서로 간에 보고 배우는 점도 많고, 이질 적인 것에 대한 거부감도 적고, 서로 자유롭게 토론도 가능하다. 그래서, 회사에서 뽑으려는 사람이, 정확히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 사람이 들어오면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뽑는다. 아무래도, 다양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도 빠르고, 기존의 사람들과 다른 독특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가능성이 많기에 선호한다. 그러다가 직장에 대한 기여도가 줄어들면, 언제든 잘리고, 반대로 본인의 능력이 된다면 언제든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직장으로 옮기면 된다. 이 모든 일이 이곳에선 당연하다.


따라서, 젊을 때, 소위 정상적인 궤도라고 하는 코스를 벗어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그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적다. 기존의 사회와 어른들이 정한 길을 당장 따르지 않더라도, 언제든 스스로의 길을 발견하면, 다시 돌아와 그 길을 갈 수 있다. 사회가 그런 사람들을 배척하지 않는다. 이런 사회에서 자녀를 키우면, 자녀가 젊은 나이에 일시적으로 방황하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삶을 찾으려는 노력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세상 어디에선가 자신의 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한두 번 실수해도 다시 기회가 있으니까. 그런 방황을 한 후에 발견한 길은, 자녀가 더 오랫동안 행복하게 갈 수 있으니까. 방황과 후회 뒤에 발견한 길이야말로, 정말 본인이 사랑하고 끝까지 갈 수 있는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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