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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이후

버젓한 회사 취업하기

by 숲속다리

캐나다에 유학생으로 와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다. 졸업 후 취직을 위해 여러 회사들에 이력서를 부지런히 보낸다. 몇 군데에서 면접도 본다. 하지만, 합격 소식은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하지만, 그동안 한국에서 자신을 지원해 준 부모님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싶다. 시간이 흐를수록, 같이 졸업한 과친구들이 크고 작은 회사들에 하나둘씩 취직하고, 몇몇은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최저시급 단순직 일자리에서 일하는 과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부모님의 기대와 유학기간 동안 자신이 그동안 기울인 노력을 생각해서라도, 아무 곳에나 취직할 순 없다. 차라리, 전공을 바꿔 새로운 대학에 들어가, 조금 늦더라도 좋은 취직자리를 찾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취업 후, 영주권과 시민권까지 획득해, 군면제도 받아야 지금까지 고생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유학생은 현지인보다 취업하기 불리하다. 유학생이 취업할 땐 아무래도 영주권에 대한 기대가 있고, 회사입장에서도 영주권 스폰서까지 해야 하기에, 현지인 대신 유학생을 고용하기엔 부담이 있다. 영어구사 능력이나 회사 적응면에서, 현지인보다 캐나다에서 지낸 시간이 적은 유학생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기 이민자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현지인과의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전문직을 가지기를 많이 원했다.


캐나다 사회에선 성인이 된 후에 특별한 이유 없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몹시 이상하게 생각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최저시급을 받는 일이라도 시작한다. 일하는 동안, 자신이 하는 일이 본인의 적성에 맞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회사입장에서는 실제로 꾸준히 일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기회가 된다. 회사 입장에서, 직원들의 일에 대한 전문성뿐만 아니라, 다른 직장 동료들과 직장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기 때문에, 전에 다니던 직장의 동료나 회사로부터의 소개서를 반드시 요구한다. 이직이나 취업을 원한다면, 이미 근면하고 성실하게 일을 해왔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우선 어디서든 일을 시작해야 한다.


현지인들은 어릴 때부터, 자녀들이 공부하는 동안,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도록 해, 반드시 졸업 전에 사회경험을 하도록 한다. 학교 다니면서 알바를 하던 곳에서, 졸업 후 취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 재학 중 파트타임이나 무급으로 관련기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고, 기업에서도 학교성적보다 자신의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졸업생들을 우선적으로 뽑는다. 그래서, 현지 학생들은 재학 중이나 방학 때, 돈도 벌고 사회 경험도 얻기 위해 꾸준히 일을 한다. 그리고, 졸업 후 당장 원하는 직장에 취업되지 않더라도, 일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무슨 일이든 시작한다. 일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지속적으로 자신의 경력이 업데이트된 이력서를 보낸다. 기업은 이런 이력서들을 모아두었다가, 적당한 일자리가 생기면 연락한다. 졸업 후 최저시급 받으며, 전공과 관련 없는 단순직에서 일하면서, 수년동안 이런 식으로 기다리다, 자리가 생겨 기업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취업한 경우가 주위에 많다.


부모의 지원을 받으며 공부만 열심히 해,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 유학생은, 오늘도 자신이 원하는 회사들에게 꾸준히 이력서를 보내고 연락 오기만을 기다린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부모가 보내준 돈으로 생활하며, 버젓한 기업에 취업해, 유학 보낸 부모님을 기쁘게 하려는 기대를 품고 오늘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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