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함께 중요한 가치들
연봉 5만 달러(5천만 원)를 받는 직장인과 연봉 15만 달러(1억 5천만 원)를 받는 직장인이 있다. 5만 달러 받는 직장인은 월급에서 세금과 함께 여러 가지를 빼고, 보통 매달 3천 달러 초반(300만 원 초반)을 받는다. 반면, 15만 달러를 받는 사람은 세금과 이것저것 빼고 난 후, 보통 매달 5천 달러 중반(500만 원 중반)의 월급을 받는다. 고액연봉일수록 과세비율이 높아져, 15만 달러 받는 사람은 거의 수입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연봉은 3배 차이인데, 실수입은 두 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수입에 따라 세금을 차등적으로 거둬들여, 저소득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재원으로 사용한다. 이를 통해, 빈부의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가 최초 캐나다의 건국이념과 관련이 있다.
나라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빈부와 관계없이 적어도 3가지는 반드시 나라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것들은 바로 교육, 의료, 노후에 대한 책임이고, 그 결과 무상교육, 무상의료, 노후보장이 생겨났다. 가난 때문에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 한 인간의 발전가능성을 제한받아서는 안되고,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해 일을 못하거나 생명을 위협받아서 안되며, 노후에 노동력이 상실되어 그에 따른 빈곤으로 생의 마지막이 비참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라가 거두는 막대한 세금을 이곳에 우선적으로 사용한다. 그 결과, 내가 내는 세금이 나와 내 가족을 위한 안전장치로 사용된다는 믿음이 있기에, 세금에 대한 저항이 크지 않다. 나의 세금으로 내 자녀가 무료교육을 받고, 나와 내 가족은 아프면 언제든 무료진료를 받을 수 있고, 혹시 엄청난 돈이 드는 중병에 걸리더라고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으며, 내 부모들이 현재 연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으며, 나와 내 자녀도, 언젠가 내 부모처럼 나이가 들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또한, 극심한 빈부의 격차는 사회구성원 간의 공동체 의식을 깨뜨린다. 5만 달러 버는 사람과 15만 달러를 버는 사람들의 실수입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연봉을 늘리는 것이 삶에 있어 우선적인 가치가 되지 않는다. 일을 할 때, 돈 외에 다른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월급이 오르지 않으면, 열심히 일할 의욕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회가 전체적으로 그렇다면, 오히려 일 할 때 돈 외에 다른 가치를 추구하게 된다. 내가 정말 계속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일을 열심히 해서 나라에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 궁극적으로 나와 내 가정 내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길이다.
한편으로, 무한 경쟁을 통해 1등이 거의 전부를 가지는 사회가, 사회전체나 개인의 장기적인 발전에 좋은지, 아니면 경쟁을 통해 1등이 가장 많이 가져가지만, 함께 경쟁에 참여한 2등부터 100등까지도 많은 부분을 나누어 가지는 사회가, 사회전체나 개인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좋은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나는 후자가 개인과 개인이 속한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 반드시 정부에 대한 신뢰와 공직자의 청렴도가 전제되어야 하고, 정부와 공직자를 감시할 수 있는 제도와 실제로 감시하는 국민들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