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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가 뭐지?

주고 원하는 관계?

by 숲속다리

이곳에서 가족의 중심은 부부이다. 부부사이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고, 사랑하는 부부 사이에서 낳은 자녀가 그래서 소중하다. 소중한 자녀는 스스로 독립할 수 있도록 키우고, 성인이 되면 독립하도록 기꺼이 놓아준다. 스스로 한 인간으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키우는 것이 자녀양육의 목표이고 가치이다. 성인이 되었음에도 부모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인간은 뭔가 미성숙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자신의 부모가 자신을 그렇게 키웠고, 자신들도 자녀를 그렇게 키운다. 사춘기정도만 되어도, 독립적인 행동을 인정해 주고, 스스로 책임지도록 한다. 그래서, 거칠긴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며 강하게 어른으로 자란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인생에 대해 자신이 결정하고 책임진다는 의식이 강하고,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해 후회도 적은 편이다.


반면, 동아시아 쪽 부모는 성장기동안 자녀들에게 헌신과 희생을 하고, 대학을 들어갈 때나 결혼할 때 기꺼이 금전적인 지원을 한다. 더 많이 줄 수없음을 안타까워하거나 미안해한다.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길들여져, 자녀들도 그런 식의 지원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런 지원을 계속 받다 보니, 성인이 되어도 부모로부터 경제적이나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반대로, 독립 후에 부모와의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의 지원을 빌미로, 독립한 자녀의 삶에 개입해 갈등을 일으킨다.


자식에게 희생하는 부모님을 보고 자란 이민 1세대는, 자신의 자녀들에게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성인이 되어 자녀가 독립한 후에도, 자녀와의 관계가 계속 끈끈하게 이어지길 바란다. 그동안 자녀들을 위해 많은 희생을 했는데, 자녀가 결혼한 후 자신의 기대만큼 관계가 이어지지 않으면 몹시 섭섭해한다. 노후에 자녀들이 용돈의 형태로 얼마라도 지원해 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자녀들의 대학등록금과 결혼할 때 목돈을 챙겨주려고, 미처 자신들의 노후 준비가 부족해진 경우, 자신들의 노후 생활비 일부를 자녀들이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현지인들은 자녀의 대학과 결혼에 금전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고, 만약 자녀가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으면, 언젠가 값아야 할 빚으로 여긴다. 그리고, 부모가 스스로 선택해 내게 돈을 빌려준 것인데, 그것 때문에 나에게 무언의 강요나 개입을 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다. 이곳엔 효도라는 단어자체가 없다. 부모는 자신이 번 돈을 자신의 선택에 따라 사용하고, 자녀도 자신이 번 돈을 자신의 선택에 따라 사용한다. 성인이 된 이후에 둘은 별개의 존재이다. 만약, 부모가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한다면 그것은 부모의 선택일 뿐, 나중에 효도의 형태로 받을 것이라 기대하면 안 된다. 이곳에서 자녀가 독립하면, 부부가 남은 인생을 함께 늙어가며, 드디어 자신들만의 인생을 누리며 산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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