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의 진상들
내 아내는 세탁소 디포에서 일한다. 세탁소 디포는 손님들의 빨래를 받아 세탁공장에 보내어 세탁하고, 세탁된 빨래를 다시 손님에게 전달하는 중간역할을 하는 가게다. 손님과 세탁공장 사이의 중간역할을 하다 보니, 둘 사이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일들을 중간에서 해결해야 한다. 나는 가끔 아내를 도와 그곳에서 함께 일하곤 한다. 아내는 직접 손님을 상대하고, 나는 그런 아내를 도와주면서 참으로 다양한 진상들을 옆에서 보게 된다. 그들이 불만을 호소하는 가장 많은 경우가 세탁물에 남아 있는 얼룩에 대한 것들이다.
세탁물에 남아 있는 때나 얼룩을 통틀어 스테인(STAINS)이라고 부른다. 세탁소를 방문하는 많은 손님들은 옷이 더러워져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상관없이 일주일이나 한 달 간격으로 자신의 세탁물을 가져와 세탁하기 때문에, 세탁물이 그다지 더럽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 오랫동안 세탁소를 이용하다 보니, 자신들의 옷에 있는 스테인이 완벽하게 지워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세탁 후 스테인이 일부 남아있어도, 한 번만 더 세탁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주 일부 다르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탁물에 스테인이 아직 남아있다고 말하면, 일단 얼굴부터 찡그린다. 그리고, 왜 스테인이 사라지지 않았냐고 따진다. 그러면, 가게 측에서 손님에게 어떤 스테인은 완벽하게 제거할 수 없다든가, 무리하게 스테인을 제거하려 더 강한 약물을 사용할 경우, 옷감 자체에 손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손님은 다음 단계로, 자신의 세탁물에 있는 스테인을 없어지니 않았는데 왜 돈을 지불해야 하냐고 따진다. 이에 대해, 가게 측은 세탁비를 받지 않겠으니 세탁물을 가져가라고 한발 물러선다. 그러면 손님은 그다음 단계로, 세탁 후에 스테인의 크기가 더 커졌다든가 원래 없던 스테인이 생겼다고 주장하고, 더 나아가 세탁 후 옷 색깔이 변하고 낡아져 도저히 입지 못하겠다며 옷값에 대한 변상을 요구한다.
세탁 전에 옷 색깔이 환하고 옷 표면에 윤기가 있었는데, 세탁 후 색깔이 어두워지고 광택도 사라져, 옷이 망가졌고 도저히 입을 수 없으니 전액 보상하라며 떼를 쓴다. 변상을 거부하면 실제로 경찰을 부르기도 한다. 경찰이 와도 딱히 해줄 것이 없지만, 일단 소란을 피워 자신에게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어가려는 의도다. 더 나아가, 변호사를 통해 고소(SUE)를 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한다. 일단, 고소를 당하면 법정에 나가야 한다. 실제 법정에 나가도 결국 소액의 변상으로 끝나지만, 이 모든 과정이 귀찮거나 싫다면 돈을 내놓으라는 뜻이다. 이렇게까지 억지를 부리면, 적당한 선에서 돈을 물어주고 끝낼지, 아니면 귀찮더라도 시간을 내어 법정에 가서 스스로를 변론할지 결정해야 한다. 처음엔 괘씸한 마음에 법정에 나가는 일도 불사하지만, 나중엔 바쁘고 번거로워 적당한 선에서 돈을 물어주고 끝낸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 만만해 보이는 세탁소를 찾아, 이런 식으로 돈을 뜯어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의 외모는 매우 멀쩡하고, 옷도 잘 차려입고 있어, 그런 진상짓을 할 사람으로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일이 터지고 나야 비로소 알게 된다, 자신이 또 걸렸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