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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이야기

어떤 손님

by 숲속다리

아내가 일하는 세탁소엔 주로 현지인들이 방문하지만, 간혹 이민자들도 옷을 맡긴다. 이민자들은 옷을 세탁소에 맡기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여러 가지 웃지 못할 일들이 생긴다. 가격흥정이나 세탁한 옷에 대해 불만사항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그래서, 이민자로 보이는 손님이 처음으로 세탁소에 방문하는 경우, 세탁 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 준 후에, 세탁물을 받는다. 그 이후에 계속 방문하는 경우엔, 딱히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는다. 계속 찾아온다는 것은 이미 이곳 세탁소와 세탁물에 대해 만족을 한다는 뜻이니까.


그 손님도 그랬다. 이미 두 번이나 세탁을 해갔던 손님이었다. 이민자이긴 하지만, 가져오는 세탁물이 대부분 몹시 더럽다는 것 외에, 특이 사항이 없는 손님이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세탁물을 대여섯 개 가져왔고, 세탁물이 대부분 더러웠지만, 늘 그랬기에 딱히 이상할 것도 없었다. 다만, 일부러 세탁물 하나를 비닐봉지에 꽁꽁 싸가지고 와서 맡겼다. 간혹 손님들 중에, 특별히 더럽거나 냄새가 몹시 심하거나 집에서 빨고 제대로 말리지 않은 경우, 그렇게 비닐봉지에 싸서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탁물을 받고 손님을 돌려보낸 후, 세탁공장에 보내기 전, 평소처럼 나는 세탁물을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꽁꽁 싼 비닐봉지를 풀려고 하니, 뭐랄까? 된장냄새 비슷한 냄새가 심하게 난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1회용 장갑을 끼고, 안의 내용물 일부만 살짝 꺼내보니 면바지다. 그런데, 바지에 뭔가 묻어있다. 혹시 바지에다가 토한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비닐봉지를 조금 더 열어 바지 안쪽을 열어보니, 뭔가 묻어있다. 누런 똥이다. 그런데, 똥이 바지에 묻어있는 것이 아니라, 똥덩어리가 바지 안에 그대로 있다. 처음에 잘 못 본 줄 알았는데, 똥이 바지 전체에 묻어있을 뿐 아니라, 그 안쪽에 똥덩어리가 분명히 있다. 급하게 다시 비닐봉지를 닫고 원래대로 묶었다. 그리고, 다른 비닐봉지를 하나 가져와, 한번 더 단단히 봉했다.


나도 아내도 한동안 어이가 없었다. 그동안 똥이나 음식이 묻은 바지를 세탁소에 가져오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한동안 고민한 끝에, 그 손님에게 전화를 해서, 우리는 세탁을 할 수 없으니 그냥 가져가라고 전했다. 전화로 손님에게 화를 내지도 않았고, 딱히 손님을 비난할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다시 찾으러 온 손님에게 그 비닐봉지를 건네주며, 우리는 세탁할 수 없으니 그냥 가져가라고만 했다. 그 손님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별로 미안한 표정도 없이 그냥 가지고 돌아갔다. 그렇게 끝났다.


이곳 캐나다엔, 세계 각국의 수많은 나라에서 이민 온,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만큼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 사람이 살던 나라에선 똥 싼 바지도 세탁을 해줬는지 모르지만, 여기 세탁소는 그렇게 하지 않을 뿐이다. 그 바지를 스스로 빨든 아니면 그런 것도 세탁해 주는 세탁소를 찾든, 그 손님이 알아서 할 일이다. 이런 행동이 딱히 예의 없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작은 해프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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